비트코인 등 가상통화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핀테크의 발전과 함께 가상통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가상통화인 비트코인의 가격은 지난 5월 말 처음으로 2,000달러를 넘었으며, 4일 현재 5,000달러 내외에서 등락 중이다.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가상통화를 통해 수억원의 이익을 올린 투자자가 등장한 반면 검은 돈을 ‘세탁’하는데 가상통화를 이용하려던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이 합동 회의를 통해 3일 발표한 ‘가상통화 현황 및 대응방안’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행되는 가상통화 규제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졌다.

◇ 첫 시도,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섰나

관계당국이 집중한 것은 거래투명성의 확보와 소비자피해 방지였다. 가상통화 취급업자의 이용자 본인확인의무와 의심거래에 대한 감독수준이 강화됐다. 금융감독원과 경찰이 합동으로 가상통화 관련 사기범죄를 단속하는 계획도 마련됐다. 지금까지 소비자의 자체적 주의만을 당부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한 발 나아간 셈이다.

다만 가상통화를 화폐나 통화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가상통화의 높은 가치변동성과 장기적 불확실성이 주된 이유였다. 가상통화의 거래 또한 ‘유사금융거래’로 규정됐다. 가장 민감한 안건이었던 과세 문제와 가상통화 취급업자를 금융업자로 인정하고 관련 규제를 적용하는 문제에 대해선 “추후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등의 논의·규제동향을 보며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고만 밝혔다.

주요국들이 가상통화와 블록체인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내부화 노력을 진행 중인 것에 비하면 다소 관망적인 태도다. 경제전문지 블룸버그는 빠르게 높아진 가상통화의 영향력을 분석한 8월 30일(현지시각) 기사에서 “가상통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중앙은행은 통화 공급을 통제할 힘을 잃게 될 것이다”고 썼다. 민간에 의해 개발·유통되는 가상통화를 다루지 못한다면 화폐의 가격과 양에 대한 중앙은행의 권한이 약화된다는 뜻이다.

블룸버그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은 ‘상대를 이길 수 없다면 그들과 합류하라’는 격언이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미 수차례 자체 가상통화를 만들어내려 시도했고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은 시장인프라 구축을 위해 가상통화 관련기술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영국과 일본은 이미 비트코인의 화폐기능을 인정하고 있다.

◇ 금융시스템의 안정 노력도 함께해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7월 가상통화에 대한 법적·제도적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거래소 인가제를 골자로 하는 해당 개정안은 가상통화를 금융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현재 정부나 금융기관이 가상통화의 가치를 보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거래의 제도화는 금융소비자의 거래 손실에 대한 보호망 확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기술을 받아들이는데 따라오는 시스템적 위험 또한 주의대상이다. 마크 카니 영국은행 총재는 작년 4월 핀테크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2008년의 금융위기와 같은 위험이 수반될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으며, 인도는 해킹 문제로 홍역을 치른 후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거래의 투명성을 강화하려 노력한 이번 개선안은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가상통화 취급업자의 자율규제를 권고하는 것만으로는 가상통화의 실용화에서 비롯되는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는 지난 6월 발표한 ‘핀테크의 금융안정영향’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G20 국가들이 핀테크에 대한 규제적 접근을 시도 중이나, 주로 소비자보호·금융포용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금융안정을 정책목표로 설정하지는 않은 상황이다”고 문제제기했다. 보고서가 금융안정성의 제고를 위해 제시한 것은 다자공조를 통한 국제금융안정망의 형성이었다. 가상통화에 대한 논의를 위해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의 동향을 ‘보는’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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