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MBC 김장겸 사장 영장 청구에 반발해 정기국회 보이콧과 함께 12년 만에 장외투쟁에 나섰다. 사진은 정우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5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청와대 항의 방문 결과를 설명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12년만에 장외투쟁에 나섰다. 명분은 ‘문재인 정부 방송장악 저지’이다. 이를 두고 여야는 일제히 “명분이 없다”면서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여야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장외투쟁 의지를 꺾지 않았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5일 비상의원총회에서 “장외투쟁의 목적은 방송장악 저지와 대북정책 수정”이라며 “12년 전, 노무현 정부의 사립학교법 개정에 맞서 넉달간 장외투쟁을 할 때 말들이 많았지만 결국 사학법 악법 개정을 저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정치환경이 굉장히 나쁘지만 파멸로 가는 것을 그냥 알면서도 끌려가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단일대오로 뭉쳐 이 나라가 파멸의 길로 가는 것은 막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16대 국회 이후 최초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거부하고 장외투쟁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의총에서 “문재인 정부가 야당을 비롯해 주위에서 하는 이야기에 귀담아 듣지 않는 것에 대해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포기하면서까지 강력하게 항의하는 중”이라며 “(장외투쟁을 두고 의원들이) 자진해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문재인 정부의 오만과 독선을 온몸으로 투쟁해 막아내겠다는 각오를 다져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당은 5일 장외투쟁 일정으로 서울고용노동청과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 음모를 비판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서울고용청에서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을 만나 “정권에 영혼을 판 시녀 노릇을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후 한국당 의원들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안보 불감증 정부’. ‘전술핵 재배치’, ‘정부의 방송장악 의혹 해소’ 등에 대해 항의하려 했지만, 만나지 못한 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대통령 면담 거부에 대해 항의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청와대를 찾은 자리에서 언론으로부터 일체 차단당하고 영빈관에 입장한 뒤 비서실로부터 ‘비서실장이 나오기 어렵다. 정무수석을 만나고 가는 게 어떻겠냐’는 언질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는) 김태흠 최고위원을 통해 ‘그럴 수는 없다’고 입장을 두 번이나 전달했고, 비서실장도 나오기 어렵다는 최후통첩을 (청와대로부터) 듣고 영빈관에서 퇴장했다”면서 청와대의 응대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 여야, ”명분없는 보이콧 철회하라”

한국당의 정기국회 보이콧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명분없는 보이콧을 즉각 철회하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김장겸 MBC사장이 자진출두한 것을 언급하며 “(한국당이) 보이콧 하겠다는 사유는 이미 소멸됐다”면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한 마당에 안보 지키는 정당임을 자부해 온 한국당은 정신 차리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당이) 고용노동부의 정당한 행정집행에 시비를 걸며, 국회를 내팽개치는 자체가 너무나 코미디”라고 꼬집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안보정당이라 노래 부르는 한국당은 어제(4일) 북한의 6차 핵실험 규탄 채택(을 위한 국회 본회의)에도 불참했다”면서 “김장겸 지킴이 활동이 안보 지킴이보다 더 중요하다고 스스로 고백한 셈”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생떼 보이콧’을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지금이라도 여야 할 것 없이 국회가 힘을 합쳐 안보 점검과 철저한 대책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이날 “한국당이 국회 보이콧의 명분으로 내걸고 있는 김장겸 MBC 사장의 영장청구를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한국당은 명분 없는 국회 보이콧을 즉각 중단하고 공론의 장으로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국회 보이콧은 국정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무슨 일이 있어도 정기국회가 파행되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야당인 바른정당도 한국당의 장외투쟁을 두고 여야의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은 가짜 보수정당임을 스스로 입증했다”면서 “(북한의) 핵실험 직후 (한국당이) 국회 보이콧을 하는 것은 김정은을 도와주는 것 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당을 ‘안보 팔이 정당’이라 규정하며 “하루 속히 해산해야 한다”고 힐난했다.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여야 3당은 한국당의 장외투쟁을 명분없는 싸움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몽니정치'로 국회를 파행시키고 있다는 게 여야 3당의 시각이다. 한국당이 보수층 결집에만 몰두할 뿐 협치를 포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 때문에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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