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니스트

이제 얼마 안 있어 추석이다. 주 5일제 정착 이후 추석은 직장인들에게 정말 오랜만에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긴 시간을 제공해 왔다. 특히 2017년 올해 한가위는 9월 30일부터 10월 9일까지, 도합 10일간의 휴가를 쓸 수 있는 기간이라고 한다. 그러나, 건국 이래 최고의 연휴기간을 맞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먹거리 위협이나 잇단 사건사고는 정말 분통이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불편한 기분을 한방에 싹 보낼 수 있는 ‘축제’가 필요하다.

‘가무백희’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역사서 『삼국사기(三國史記)』 「신라본기(新羅本紀)」 유리이사금(儒理尼師今) 9년에 나오는 말이다. 음력 7월 15일부터 무려 한 달 동안 여자들이 모여서 길쌈 시합을 한 후, 8월 15일에 어느 편이 더 많이 생산했는가를 시합하는 대회로 ‘가배’(嘉俳)라고도 한다. 이 대회에서 진 팀은 이긴 팀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하고, “이때 가무백희를 모두 연행한다.(於是歌舞百戱皆作)”고 하였다. 이 ‘가배’ 행사는 발음상 ‘가위’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거기에 ‘한’이 붙어 오늘날의 8월 한가위로 계승되었다고 한다.

고려시대 문화를 기록한 『고려도경』에는 팔관회와 연등회 때는 “임금 앞에서 백가지 가무를 올렸다.(呈百戱歌舞於前)”고 전하고 있다. 백희가무나 가무백희나 같은 뜻일 것이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팔관회는 551년(진흥왕 12)에 처음 행해진 것으로 모두 호국적인 성격이 짙은 국가적 행사였다. 고려 태조는 〈훈요십조〉에서 '천령(天靈) 및 오악(五惡)·명산(名山)·대천(大川)·용신(龍神)을 섬기는 대회'라고 그 성격을 말하고 있다. 연등회는 불교적인 행사로 이 역시 호국불교적인 행사로 보여지고 있으며, 오늘날에는 ‘연등행렬’등의 형태로 내려오고 있다. 북핵처럼 나라의 커다란 걱정거리가 생겼을 때 우리 선조들은 ‘가무백희’에 환란을 극복하는 염원을 담기도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종묘에서 제사지내고 환궁(還宮)할 때나 중국 사신을 맞이하는 큰 행사 때도 백희를 베풀었다. 이와 같이, 가무백희(歌舞百戱)는 각종 노래와 춤이 종합적으로 연행되는 것을 일컫는 전통사회 중요한 종합예술이다. 그런 가무백희를 그린 그림 가운데 연회도(宴會圖)가 있다. 『세전서화첩』에 실린 안동 지역에 전하는 대표적인 연회도에는 조선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한 그림 자료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림의 전통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안동 지역에서 특히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다옴댄스컴퍼니(대표 이승룡)의 두 번째 정기공연 가무백희는 안동 출신의 신아승 부대표가 연회도를 보고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한 것이다.

그 결과를 오는 9월 16일 토요일 오후 5시에 한국문화의 집 코우스에서 보여준다. 이번 가무백희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부채춤, 태평무, 교방검무 등을 꼽았다. 부채춤은 꽃그림의 부채를 양손에 들고 여러 가지 아름다운 모양을 구사하는 화사한 춤사위를 펼친다. 태평무는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기 위해 왕과 왕비가 함께 추는 춤이다. 교방검무는 혜원 신윤복 <쌍검대무> 그림을 보듯 남녀가 쌍을 이뤄 반주에 맞춰 춤춘다. 이번 무대를 통해서 이승룡과 신아승을 비롯한 우리 춤꾼들이 담아내는 백희가무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스트레스를 확 풀었으면 참으로 좋겠다.

※ 다옴댄스컴퍼니는 우리 춤과 소리를 사랑하는 청년예술가들이 전통예술의 대중화 선도를 위해 설립한 무용단이다. 다옴댄스컴퍼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문화가 있는 날, 청춘마이크> 공모에 2년째 선정된 우수 단체다. 2016년 7월 23일 KBS 국악한마당에 출현하여 소고춤 무대를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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