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매각 협상이 사실상 무산됐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금호타이어 매각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다. 채권단은 중국 더블스타가 요구한 가격 인하안을 거부하기로 결정, 사실상 결렬을 선언했다.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는 5일 실무자 책임자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확정했다. 채권단은 이르면 오는 8일 더블스타에 주식매매계약(SPA) 해제 합의서를 보낼 예정이다.

◇ 채권단, 더블스타 요구안 거절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 측은 협상 결렬 배경을 대해 “더블스타가 수용하기 어려운 매각가 인하를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블스타는 지난 7월부터 금호타이어의 실적악화를 이유로 가격조정을 요구해왔다. 더블스타와 채권단은 지난 3월 SPA를 체결할 당시, 실적이 악화될 경우 계약을 해지하거나 매각 가격을 인하할 수 있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금호타이어가 올 2분기 대규모 적자를 낸 점을 들어 당초 매매대금인 9,550억원에서 1,550억원이 감액된 8,000억원으로 인하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에 채권단은 더블스타의 가격인하 요구 수용을 검토하는 대신 ▲5년간 구조조정 금지 및 고용보장 ▲노조와의 협의체 구성 ▲국내사업 유지 및 신규투자 등 회사의 중장기 발전을 위한 조치사항을 더블스타 측에 요구하기로 입장을 정했다.

이는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 반대 여론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그간 금호타이어 노동조합과 호남·광주 지역 내에서는 금호타이어가 해외에 매각될 시, 지역 경제가 침체되고 대량 해고가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 여론이 거셌다.

하지만 더블스타가 채권단의 요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더 큰 조건을 요구해오자 채권단은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더블스타는 3분기 실적 악화시 800억원을 추가로 가격인하 하거나 매매계약을 해제할 권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 매각은 사실상 무산되는 수순을 밟게 됐다. 더블스타가 매매계약 해제 합의서를 받지 않고 원래의 계약 조건을 이행하겠다고 하면 협상이 재개될 수 있지만 이같은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채권단은 매각 무산에 따른 경영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금호타이어 경영진에 자구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자구계획을 내지 않거나 채권단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경영진 퇴진까지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 경영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채권단으로부터 위임받아 맡아오고 있다. 이번 매각 무산으로 박삼구 회장은 시간을 벌면서 차후 재도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앞서 박 회장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 인수에 나서려고 했지만 채권단이 이같은 컨소시엄 구성안에 반대하면서 참여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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