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가 영화관 업계 최초로 팝콘 등 영화관에서 판매하는 스낵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실시한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폭리 의혹을 받고 있는 팝콘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도외시한 시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멀티플렉스 1위 기업 CGV가 입방아에 올랐다. 폭리 의혹을 받고 있는 팝콘 등 영화관에서 판매하는 스낵 배달 서비스를 새롭게 실시한 것. CGV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다양화하려는 시도라는 입장이지만, 배달비까지 따로 받는 사실에 곳곳에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다.

◇ 팝콘 장사로 적자 만회 나선 CGV

영화와 팝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혹자는 영화산업을 일컬어 ‘팝콘산업’이라고 부를 정도다.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게 된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존재하나, 동서를 막론하고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는 행위는 매우 자연스런 일종의 상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고 영화관을 찾은 모든 관람객들의 손에 팝콘이 들려있는 건 아니다. 관람객들 가운데 상당수는 팝콘을 포함해 주전부리 없이 상영관에 입장하고 있다. 이는 관람객 스스로 작품에 좀 더 몰입하거나, 주변에 소음이나 냄새를 유발하지 않으려는 의도 등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가격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이다. “팝콘을 샀더니 영화를 보여 주더라”는 비아냥 섞인 우스갯소리가 회자될 정도로 팝콘 가격은 관람객들에게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는 현실이다. 업체와 제품의 맛, 사이즈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보통 멀티플렉스에서 판매되는 팝콘의 가격은 5,000~6,000원선. 여기에 음료 2잔을 추가하면 1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좌석 차등제 실시에 따라 앞좌석인 이코노믹 존은 물론, 스탠다드 존과 프라임 존과도 맞먹는 가격이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속담이 절로 떠오르는 대목이다. 실제 스낵 판매는 영화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멀티플렉스 1위 CGV의 경우 티켓 판매 다음으로 많은 매출이 매점에서 발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7,881억)의 16.2%(1,274억)가 매점에서 나왔다.

영화관에서 판매되는 스낵에 대한 관람객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설문을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지난 4월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6년 극장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화관 스낵의 가격은 상영 전 광고, 차등 좌석제와 함께 ‘영화관 3대 불만’ 사항에 선정됐다.

영화관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체감도를 최초로 조사한 당시 설문에서 응답자의 90.2%가 ‘매점 제품의 판매 가격이 비싸다’고 답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분석에 따르면 5,000원에 판매되는 팝콘의 원재료 가격은 613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CGV가 이달 1일 부터 시작한 '팝콘 딜리버리 서비스' 런칭을 알리는 포스터. 이 서비스는 최소주문금액 1만원 이상을 주문하고도 배달비 3,500원을 배달업체에 따로 지불해야 한다. < CGV >

◇ 1만원 팝콘 시키고도 배달비는 따로

이 같은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CGV가 팝콘 배달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이달부터 강남, 명동, 홍대 등 서울 도심 9개 지점의 3km 이내에 위치한 가정집이나 사무실에 영화관에서 판매하는 스낵(팝콘, 음료, 오징어, 나쵸, 핫도그 등)을 배달해주는 ‘팝콘 딜리버리 서비스’를 시작한 것인데,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각종 커뮤니티와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는 “영화관에서 분위기 때문에 먹는 팝콘을 누가 1만원씩 주고 먹겠느냐”는 식의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인근 편의점에서 언제든 1,000원대의 팝콘과 음료의 구매가 가능한 데 굳이 원가의 8배가 넘는 영화관 팝콘을 주문해 먹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배달비도 논란거리다. CGV의 스낵 배달 서비스는 최소주문금액이 1만원 이상이면서도 배달비를 따로 받는다. 배달업체인 F사에 주문 금액과 상관없이 배송비 3,500원을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 1만원 후반대의 가격에 배달까지 해주고도 폭리 의혹을 받고 있는 치킨업체로서는 억울할 일이다.

CGV 관계자는 “영화관 팝콘을 가정에서도 즐기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있어 이번 서비스를 시행하게 됐다”면서 “팝콘의 가격은 제품개발비와 인건비, 매점 관리비 등이 더해져 책정된 것으로 배달 서비스의 성공 여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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