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이후에도, 실형 선고 이후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흔들리지 않았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달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를 두고 ‘봐주기 판결’이란 지적도 봇물을 이뤘지만, 삼성 및 한국경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쏟아졌다.

그렇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실형이 확정된 후 삼성전자 주가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이재용 부회장 실형 선고 후 열흘간의 주가 흐름을 살펴보자.

먼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8월 24일 종가는 237만6,000원이었다. 25일엔 장중 한때 239만4,000원까지 올랐으나, 실형 선고 이후 235만1,000원으로 마감했다. 주말을 지나 28일엔 여파가 더 컸다. 장 시작과 함께 추락한 주가는 225만8,000원까지 내려갔다. 오후엔 다소 회복세를 보였지만, 230만5,000원에 종료되며 전날보다 4만6,000원 떨어졌다. 29일에는 큰 폭의 변동 없이 1,000원 더 내려간 230만4,000원에 마감했다.

이후 3일간은 반등이 이어졌다. 30일과 31일에 각각 6,000원씩 올랐고, 9월 1일엔 8,000원이 상승했다.

2일엔 다시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장중 한때 227만5,000원까지 떨어졌고, 종가는 230만2,000원으로 전날 대비 2만2,000원 내려갔다. 하지만 이는 북한 핵실험에 따른 여파였다.

이튿날 삼성전자 주가는 상승세를 보이며 233만8,000원에 마감했다. 이어 6일에도 1만2,000원 더 오른 235만원에 막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이재용 부회장 판결이 내려지기 하루 전인 8월 24일에 비해 6일의 삼성전자 주가는 2만6,000원 떨어졌다. 약 1% 떨어진 수준이다. 물론 갤럭시노트8 공개에 따른 주가 상승이 발목을 잡힌 부분은 있지만, 그간 코스피가 고공행진을 이어왔다는 점과 북핵실험의 여파 등도 간과할 수 없다. 이재용 부회장 실형 선고에 따른 영향은 사실상 드러나지 않았다.

이는 충격이 더 컸던 이재용 부회장 구속 당시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2월 17일 구속됐는데,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8,000원 떨어진 189만3,000원에 마감했다. 주말이 지나고 20일에는 오히려 주가가 4만원 껑충 뛰었고, 21일과 22일에도 각각 1만4,000원, 1만8,000원 올랐다. 3월초에는 국내 최초로 주가가 2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며 위기를 겪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30%나 올랐다. 또한 놀라운 실적을 연이어 기록했고, 하만 인수나 평택공장 가동도 흔들림 없이 마무리됐다.

금융시장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를 삼성전자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은 드물다. 이재용 부회장 실형 선고 후 흥국증권 이민희 연구원은 “오너의 장기간 부재는 현재 삼성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 자동차전장 등 신규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의사 결정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고, 한동안 삼성의 신사업 추진에 어느 정도 제약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실제로는 전문경영인 책임체제로 이뤄져있고, 옥중에서도 중요 의사결정은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공백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있다. 네덜란드연기금(APG)에셋은 외신 월스트리트저널의 이재용 부회장 실형 선고 보도에서 “총수 중심의 삼성전자 경영체계는 21세기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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