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각종 일본 수입 맥주가 진열돼 있다. 일본 맥주는 올해 상반기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서 1위(3,972만달러)를 차지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판매율 감소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주류업체들의 시름이 더 깊어질 모양새다. 일본의 유명 프리미엄 맥주가 한국에 정식으로 수입되면서 수입맥주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서다. 부진한 실적과 파업으로 업계 전반이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주류업체들은 또 다른 고민거리를 안게 됐다.

◇ ‘맥주의 나라’에서 온 ‘장사의 신(神)’

맥주 애호가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맛 볼 수 없었던 일본의 유명 프리미엄 맥주가 한국 땅을 밟았다. 아사히, 삿포로, 기린 등과 함께 ‘맥주의 나라’ 일본을 대표하는 에비스의 정식 수입이 시작됐다. 에비스 맥주가 일본이 아닌 해외에서 유통되는 건 한국이 처음이다.

에비스 맥주는 7일부터 매일유업의 자회사인 엠즈베버리지를 통해 국내에 정식 수입된다.

사업의 번창을 뜻하는 신(神)인 ‘에비스’ 마스코트로 유명한 에비스는 고급 아로마홉을 사용해 깊은 풍미와 깔끔한 맛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인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주요 캐릭터인 미사토가 즐겨 마신 맥주도로 유명하다. 127년의 역사를 가진 에비스는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며 일본 현지에서도 프리미엄 맥주로 통하고 있다.

엠즈베버리지는 에비스로 국내 프리미엄 맥주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가격도 350㎖ 기준 3,900원, 500㎖가 4,700원으로 국산 맥주는 물론 다른 수입 맥주보다는 비싼 편이다.

에브스의 상륙 소식은 부진에 빠진 국내맥주 업계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수입맥주의 거센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거대한 경쟁상대가 등장한 셈이기 때문이다. 비록 가격대는 맥주 3사의 간판 제품들 보다 2,000원 가량 높게 책정돼 있지만, 국내 수입맥주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또 다른 일본산의 등장은 여간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일본의 프리미엄 맥주 '에비스'가 해외 시장에서는 처음으로 국내에 정식 수입된다. <엠즈베버리지>

◇ 탄력 받은 일본산… 내홍 겪는 국산 맥주 

국내 맥주 3사는 약속이나 한 듯 올해 상반기 실적 부진과 내홍을 겪고 있다.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는 노사간 갈등으로 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제품 생산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국내 경쟁업체의 거센 추격과 수입맥주의 인기가 치솟는 상황에서 시장점유율 하락이 점쳐지고 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두 업체 모두 상반기 실적이 크게 뒷걸음질 치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업계 2위 하이트진로의 올해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6% 감소한 76억원에 그쳤다. 롯데칠성의 경우 지난해 동기 보다 43% 감소한 497억원의 영업익을 달성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갖고 있는 에비스의 등장은 올해 상반기(1~7월) '아사히', '기린', '산토리', '삿포로'로 국내 수입맥주 시장 1위(3,972만달러)를 차지한 일본산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해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만큼 일본 맥주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또 다른 경쟁 수입맥주의 등장은 기업 입장에서 봤을 때 반기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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