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CA 폐지에 반대하는 시카고의 시위행렬. <뉴시스/신화>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체류자 추방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부 장관은 5일(현지시각)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 통칭 ‘DACA’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국토안보국은 더 이상 DACA의 신규 등록자를 받지 않고 있으며 의회에는 대체법안을 만들 시간 6개월이 주어진 상태다.

◇ 행정권력 제한인가, 차별 조장인가

지난 2012년 오바마 행정부에 의해 발의된 DACA는 나이제한과 학위소지 등의 조건을 만족한 불법체류자 청년들의 추방을 유예해주는 제도다. ‘드리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해당 법안의 수혜자들은 현재까지 약 8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미국인과 같은 대우를 받으며 각자 학업과 경제활동에 종사하고 있다.

세션스 장관과 DACA 폐지를 지지하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추방유예법안이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당국이 자율적으로 체류자를 추방할 권리를 막아 미국이민법을 제한하며, 자국인들의 일자리 획득을 어렵게 한다는 뜻이다. 스티브 킹 공화당 하원의원은 CNN 인터뷰를 통해 “DACA 폐지는 법적인 결정일 뿐”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열린 미국’을 원하는 사람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현재 뉴욕·코네티컷·워싱턴DC 등 민주당의 색채가 짙은 16개 주가 DACA 폐지 무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차별 조장과 공평성에 대한 심각한 훼손을 금지하는 다섯 개 헌법조항이 근거로 제시됐다. 세션스 장관의 발표 다음 날부터는 워싱턴과 뉴욕 등지에서 법안 폐지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행진이 이어졌다.

DACA 법안을 발의한 장본인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DACA 폐지결정은) 정책적 결정이었다”고 단언해 법안의 위헌성을 내세웠던 폐지론자들을 비판했다. 퇴임 후 정치적 발언을 의도적으로 자제해왔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행동이다.

한편 CNN은 5일(현지시각) 기사에서 추방유예법안의 폐지는 경제적 손해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민자의 추방은 곧 근로자의 감소를 뜻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브래드 스미스 사장이 직접 “39명의 DACA 프로그램 수혜자들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고 있다”며 법안의 존속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의사협회는 DACA 법안이 폐지되면 약 10만명의 환자들이 의사 부족으로 치료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의회에게 넘어간 공… “합의 쉽지 않을 것”

논란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는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DACA 수혜자들은 안심해도 좋다. 향후 6개월간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회가 합의하지 못한다면 추후 이 문제를 다시 살펴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폴 라이언 공화당 하원의장은 새 이민자법과 국경안보 강화방안을 함께 담은 입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BBC는 미국 의회의 동향을 전한 5일(현지시각) 기사에서 “백악관은 새 DACA 개정안이 이민법 개혁의 일부로서 국경장벽을 높이는 역할을 맡길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복안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BBC는 “미국 의회는 지난 15년간 해당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며 의회가 불법이민자 관련법을 의결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상·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이 단결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7일(현지시각) 기사에서 “‘드리머’들이 연옥에 있다면 공화당이 처한 상황은 지옥일 것이다”는 말로 분열된 공화당의 상황을 전했다. 일부 강경파들이 DACA 폐지를 지지하는 가운데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딕 더빈 민주당 상원의원과 함께 새 입법안을 기존의 DACA 법안과 매우 유사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올린 해치 상원의원은 며칠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법안의 보존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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