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창립 후 첫 매출 6,000억원을 달성한 이수건설이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에 위치한 이수건설 본사 전경. <네이버 거리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브라운스톤’으로 유명한 중견건설사 이수건설이 남모를 속앓이에 빠졌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 달성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4년 만에 적자에서 탈출한 당기순이익은 원년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부채는 자본의 2배를 넘어서 회사의 대외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적자 늪에 빠졌던 최근 4년 사이에 해마다 30억원이 넘는 배당을 실시해 자본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건 아니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역대 '최대 매출'에도 수익성‧재무건전성은 ‘뒷걸음’

‘45%의 매출 성장률’. 지난해 이수건설이 거둔 경영 성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연매출이 2,000억원대까지 급락했던 경험이 있는 이수건설은 10년 만에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2013년부터 성장세로 접어든 매출은 지난해 급기야 전년 대비 45%라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록하며 첫 6,000억 매출의 고지를 찍었다.

그렇다고 이수건설이 과거의 부진을 완전히 털어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겉으로 보이는 영업수익만 증가했을 뿐, 나머지 실적 지표는 여전히 보합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348억원의 영업익은 오히려 전년 보다 21% 감소했으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당기순이익 규모는 10억원에 불과하다.

그 결과 수익성은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976년 회사가 설립된 이래 최고 매출을 달성한 만큼 당기순이익이 증가하지 못하면서 순이익률은 0.17%에 그쳤다. 이는 흑자 경영이 계속되던 2010년 무렵의 반토막 수준이다.

이수건설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악화되고 있는 재무건전성 회복도 시급하다. 6년 전만 해도 부채비율 138%로 잘 관리되던 자본과 부채간 비율은 어느새 231%까지 치솟았다. ‘총알’ 보다 ‘빚’이 두 배 넘게 많다는 얘긴데, 증권시장에서는 보통 기업의 부채비율이 200%가 넘지 않아야 안정적이라고 본다.

단기 채무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도 100%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1년 사이에 이수건설이 갚아할 부채가 같은 기간에 동원할 수 있는 자산보다 많다는 뜻이다. 당기순손실을 이어가던 과거 3년 동안에도 줄곧 유동비율 100% 이상을 유지하던 이수건설은 4년 만에 다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 3년 배당금만 107억원… “상환전환우선주 발행 조건일 뿐”

이와 관련 이수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의정부 경전철 파산에 따른 우발 손실이 발생하면서 순이익 규모가 줄어든 것이지 회사의 경영 상태는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수건설은 최근 3년간 지금껏 시행하지 않던 배당을 실시해 눈길을 끈다. 이수건설은 지난해를 포함해 2014년부터 매년 33~37억원의 연차배당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는데, 이는 그간 이수건설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특히 이 시기 이수건설은 각각 총 319억원의 영업손실과 80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고 있었던 때라 이 같은 고배당정책을 집행한 배경에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이수건설 관계자는 “2014년 자본금 확충을 위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조건에 4년간 배당의무가 있었기 때문에 실시한 것이지, 다른 목적이 있는 건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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