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이른바 호남홀대론을 제기하며 지지기반의 회복을 노렸으나 쉽지 않은 모습이다. 도리어 여당으로부터 정치공세, 혹세무민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답보 상태인 당 지지율은 ‘제대로 된 혁신’과 ‘인재영입’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판단했다. 다만 시간이 촉박했다. 그의 말처럼 앞으로 한 두 달이다. 이 기간 동안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 '지방선거는 해보나 마나' 패배할지 모를 일이다. ‘정치인 안철수’와 국민의당의 운명이 9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성패에 달렸다는 데 정치권의 이견이 없다. 안철수 대표가 다시 호남행을 택한 이유다.

◇ 호남홀대론 공격했지만… 지지율 답보 벗어나기 역부족

안철수 대표는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4박5일간 호남 민심 잡기에 뛰어들었다. 전략은 ‘호남홀대론’ 공론화다. 그는 줄곧 “문재인 정부가 호남권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감정을 실었고, “두 번 다시 호남이 상처입어선 안 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의당이 호남을 위해서 필요한 SOC 예산을 복원해내겠다”는 게 안철수 대표의 공략이었다. 그는 여당에 해당 안건에 대한 끝장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의 평가는 제각각이다. 일각에선 안철수 대표의 방문으로 대선 패배 이후 흔들렸던 호남지역 조직이 안정을 되찾았다는 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해석했다. 반면 다른 일각에선 엇박자 행보로 지적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감행으로 안보가 비상에 걸린 상황인 만큼 호남 구애 행보는 적절치 못하다는 것. 때문일까. 호남을 더 이상 이용하지 말라는 날선 비판도 나왔다. 호남고속철 조기 완공을 둘러싼 여당과의 신경전이 그 일례다.

안철수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호남고속철 관련 예산으로 신청된 3,000억원 가운데 154억원이 반영된 데 대한 불만의 표시다. 하지만 여당 측의 해명은 달랐다. 박근혜 정부에서 올해 75억원으로 편성했으나, 문재인 정부에서 내년 154억원으로 증액했다는 것. 특히 정부의 SOC 예산이 전년대비 22.9% 감소되면서 모든 지자체가 축소 반영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호남은 전체 감소폭보다 적은 16%를 기록했다. 여당에서 안철수 대표의 정치공세, 혹세무민을 주장하는 이유다.

안철수 대표가 뚝 떨어진 지지율로 굴욕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당대표 취임 이후 10일 만에 지방 투어 첫 일정으로 텃밭인 호남을 찾았으나 기대와 달리 민심 반응이 시큰둥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도리어 안철수 대표가 역공을 맞은 모습이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높다. 리얼미터에서 1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69.1%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긍정 평가했다. 지지율이 7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취임 후 처음 있는 일이지만, 현 정부에 대한 기대심리를 꺾진 못했다. 현재로선 안철수 대표에게 반등의 기회가 없다는 얘기다. 전당대회를 통한 컨벤션효과마저도 없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은 원내 5당 가운데 꼴찌를 차지했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철수 대표로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텃밭 싸움을 하고 있는 여당과 호남 지지율 차이가 무려 72%p로 나타났다. 사실상 국민의당은 텃밭에서 완전히 밀렸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광주를 국민의당의 어머니로 부르며 “어머니의 품에서, 어머니 앞에서 반성하고 다시 일어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호남 투어를 마치고 상경한 안철수 대표는 제2창당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국민에게 인정받을 때까지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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