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위원회가 ‘MB정부 시기의 문화·예술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건’을 발표하며 당시 청와대의 주문으로 국정원이 퇴출 공작을 주도해온 사실을 고백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작가 이외수, 배우 문성근, 가수 윤도현, 방송인 김미화에게 공통점이 있다. 대중의 시선에서 한순간 사라진 것. 이들은 출연 중인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예정된 방송과 강연 등도 무산됐으며, 섭외에서 원천 배제 당했다. 이명박(MB) 정부 시절에서다.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MB정부에도 있었다는 게 국정원 개혁위원회의 주장이다.

개혁위는 11일 ‘MB정부 시기의 문화·예술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건’을 발표하며 당시 청와대의 주문으로 국정원이 퇴출 공작을 주도해온 사실을 고백했다. 퇴출 대상으로 지목된 인사는 총 82명으로 확인됐다. ▲문화계(이외수, 조정래, 진중권 등) 6명 ▲배우(문성근, 명계남, 김민선 등) 8명 ▲영화감독(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등) 52명 ▲방송인(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8명 ▲가수(윤도현, 신해철, 김장훈 등) 8명이다.

조사 결과, 청와대는 ‘좌파성향 감독들의 이념편향적 영화 제작 실태 종합 및 좌편향 방송PD 주요 제작활동 실태(2009년 9월)’, ‘좌파 연예인 비판활동 견제 방안(2010년 4월)’ 등의 이름으로 문서를 내려 보내 블랙리스트 인사들에 대한 퇴출을 지시했다. 이후 국정원으로부터 진행 상황을 ‘VIP 일일보고’와 ‘BH 요청자료’ 형태로 보고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국정원은 전방위로 퇴출을 압박했다. 2009년 7월에는 당시 김주성 국정원 기조실장을 주도로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했다. 여기서 블랙리스트 인사들의 프로그램 배제·퇴출은 물론 소속사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계획하거나 방송 관계자의 인사 조치를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위는 이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