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되는 영수증이나 순번번호표에 호르몬 이상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가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주의가 요구된다.

[시사위크=김민성 기자] 앞으로는 가급적 영수증을 맨손으로 만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주고받는 영수증에 인체에 유해한 환경호르몬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의학계에 따르면 영수증에는 환경호르몬 ‘비스페놀 A’가 다량 함유됐다. 이 물질은 인체에 호르몬 이상을 일으켜 기형아 출산, 유산, 성조숙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영수증의 위험성을 상기시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이 쏠린다. 최근 의학 전문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영수증에 함유된 비스페놀A는 먹었을 때보다 피부에 접촉했을 때 체내에 더 오래 체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캐나다 앨버타대학 지아잉류, 스웨덴 스톡홀름대학 요나탄 마르틴 교수팀의 연구를 통해 드러난 결과다. 해당 연구팀은 실험자들에게 비스페놀A가 묻은 물질을 손으로 5분 동안 만지게 하고 소변과 혈액 속 비스페놀A 잔류량을 주기적으로 측정했다. 또 다시 1주일 뒤엔 비스페놀A 성분이 든 과자를 먹게 한 뒤 잔류량을 체크했다.

그 결과 과자로 섭취한 경우엔 소변 속 비스페놀A 성분이 평균적으로 24시간 안에 사라진 반면, 손으로 접촉한 경우엔 48시간까지도 소변 속 농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영수증의 위험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시민단체와 진행한 관련 조사에서 서울 25개 자치구청 내 43개의 순번대기표와 영수증에서 비스페놀 화합물이 검출됐다.

조사대상의 90.7%(39개)에서 비스페놀A가, 9.3%(4개)에서는 비스페놀A의 유사체인 비스페놀S가 나왔다.

이에 송 의원은 “프랑스는 2015년 비스페놀A 사용을 금지했고, 미국은 최근 비스페놀 화합물이 없는 영수증을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면서 “서울시는 1,000만 시민이 거주하는 소비도시로서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올해부터 정부는 영수증 발급 비용을 줄이고, 인체 건강을 지키기 위해 ‘모바일 영수증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초 환경부는 신세계그룹 13개 기업을 비롯해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종이영수증 없는 점포 선포 협약식'을 개최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한 모바일영수증 제공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도 내년부터 전자영수증 사용 확대를 위한 전략 수립에 나섰다. 주무 부처인 미래부는 전자영수증의 법률 효력을 갖추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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