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협회 등 5개 건설단체 대표자들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SOC인프라 예산 축소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SOC 관련 예산을 올해 보다 20% 줄인 17조7,000억원으로 확정한 데 따른 것이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지난 12일 대한건설협회를 포함한 5개 건설단체(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가 서울 프레스센터에 모였다. 국내 건설 산업을 대표하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건 최근 국내외적으로 직면한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8.2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 시장이 얼어붙고 해외에서는 저유가로 인해 수주 물량이 감소한 가운데, 정부가 SOC 예산 마저 크게 삭감하자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유주현 대한건설협회장은 “한국경제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건설 산업의 침체는 성장절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내년 SOC 예산은 올해 수준인 20조원 대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총 예산 증가에도 SOC는 뒷걸음… 힘 받는 ‘건설 홀대론’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문제가 건설업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정부가 내년도 SOC 예산을 올해 보다 20% 감소한 17조7,000억원으로 확정하자, 일감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 일각에선 “SOC 인프라는 국민의 행복한 생활을 위한 또 다른 ‘복지’”라며 예산확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13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확정된 내년도 SOC 정부 예산은 최근 10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지난 2008년 이후 올해까지 SOC 관련 예산은 20조원 밑으로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 하지만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국토부가 제출한 SOC 예산안 18조7,000억원(올해 대비 15.5%축소)에서 추가 삭감을 진행해 17조7,000억원으로 확정지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재부가 지난해 예고한 연평균 6% 감축안을 7.5%로 확대함에 따라 SOC 투자 규모는 빠르게 축소될 전망이다. 기재부가 계획한 ‘2017~2021년 분야별 재원배분계획’을 보면 오는 2021년 SOC 예산은 16조2,000억원까지 줄어들게 된다. 이쯤 되자 일각에서는 ‘건설 홀대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주장은 같은 기간 정부의 예산 계획을 보면 무리가 아니라는 평가다. 2021년까지 정부의 총 예산액은 연평균 5.8%씩 늘어나 500조9,000억원에 이른다. SOC를 제외한 다른 분야 예산규모도 크게 오른다. 정부 예산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보건·복지·노동’은 9.8%씩 증가해 4년 뒤 188조4,000억원까지 증가한다.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일반‧지방행정’의 덩치도 커진다. 이 분야 역시 총 예산 증가율을 초과(6.5%)해 꾸준히 증액된다. 올해 57조4,000억원이 배정됐던 교육도 연평균 7%씩 늘어 2021년에는 75조3,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게 된다.

건설업계가 한 목소리로 SOC 예산 확대를 요구하는 건 단순히 ‘소외감’ 때문만은 아니다. SOC는 국민 복지와 직결된 문제로, 선진국 문턱을 넘을 때까지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건설협회는 “현재의 교통인프라 수준으로는 교통혼잡비와 물류비가 증가할 수 밖에 없어 사회적 비용 낭비 및 국민 편익이 감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 교통인프라 OECD ‘꼴찌’인데 SOC 예산 줄인 정부

실제 우리나라의 교통인프라 수준은 OEDC 국가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국제비교를 통한 SOC 적정성 분석의 한계 및 시사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인당 도로 총연장’ 순위에서 35개 OECD 회원국 가운데 35위를 차지했다. ‘자동차 1대당 도로 총연장’ 순위에서도 33위에 머물렀다. G20 국가로 한정해서 봐도 두 분야에서 모두 18위에 그쳤다.

그 결과 우리나라(2.16%)는 GDP 대비 미국(0.83%)보다 2배 이상 많은 금액을 교통혼잡비용에 지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외에도 우리나라는 통근시간, 용수공급, 도시공원 면적 등 주요 국가 인프라 수준이 선진국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SOC 예산 축소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SOC 예산 축소는 건설업의 일감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건설 분야의 채용이 줄어드는 결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어떤 산업군보다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건설업의 고용 감소는 내수 부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업 종사자가 190만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SOC 투자 축소는 지역 서민경제에 가장 먼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SOC 투자야말로 정부 지출 항목 가운데 경제성장 기여도가 가장 크고 실업률 인하 효과도 가장 높은 분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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