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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재인 칭찬까지는 좋았는데…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망신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27일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열린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 미팅에서 함영준(우) 오뚜기 회장과 건배를 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함 회장을 향해 '갓뚜기'라며 극찬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유명세’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탓으로 당하는 불편이나 곤욕을 속되게 이르는 말’을 뜻한다. 최근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오뚜기’다.

오뚜기는 라면이나 스프, 마요네즈 등의 제품으로 이미 대중에게 친숙한 기업이다. 더욱 ‘유명’해지기 시작한 건 문재인 대통령이 ‘콕’ 집어 칭찬하면서부터다. 지난 7월 27일이 그날이다. 이날 오뚜기 함영준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청와대를 방문했다. 대기업 총수들을 초청한 자리에 중견기업으로 오뚜기가 유일하게 참석한 것이다.

청와대는 “오뚜기는 상생협력과 일자리 창출 부분에서 모범적인 기업”이라고 초청 배경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뚜기를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아주 잘 부합하는, 그런 모델기업”이라 격찬했다. “고용도 그렇고, 상속을 통한 경영승계도 그렇고, 사회적 공헌도 그렇고, 아마도 아주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갓뚜기’란 말을 만들어낸 것”이라고도 했다.

맞는 얘기다. 오뚜기는 그동안 수많은 사회공헌활동과 상속세 납부,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을 생산하면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착한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기업 중 하나다. 2008년 이후로 10년 가까이 라면 가격을 동결하면서 소비자들의 두터운 신뢰도 얻고 있다.

오뚜기는 순식간에 ‘착한기업’으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이어진 건 ‘유명세’다. 당장 ‘일감몰아주기’에 발목을 잡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오뚜기의 내부거래, 순환출자 구조 등을 지적하는 자료를 내고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일감몰아주기는 현 정부가 날선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사안 중 하나다.

기업경영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오뚜기그룹이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얻은 매출은 전체매출의 32%에 달한다. 특히 오뚜기그룹 9개 계열사 중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오뚜기라면인데, 이 회사는 총 매출의 99.6%를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오뚜기라면의 최대주주는 함영준 회장(지분율 35.63%)이다. 오너 일가가 지분을 소유한 다른 계열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실시한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Environmet·Social Responsilbility·Governance) 평가에서 지배구조 부문 D등급을 받은 것도 이와 맥이 닿아있다. 2011년 이후 C등급을 받았던 오뚜기는 지난해부터 D등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지배구조 평가는 주주권리보호, 기업 소유구조 투명성, 이사회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S부터 D까지 총 7개 등급으로 분류된다. 오뚜기는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지배구조 등급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칭찬까지 받은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선 적잖이 망신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함영준 회장은 청와대에 초청된 날, 문재인 대통령의 연이은 칭찬에 고맙다면서도 “굉장히 부담스럽다”를 연발했다. 이처럼 숨기고픈 사연 때문은 아니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유명세’는 유명해진데 따른 불편이나 곤욕을 말한다. 하지만 오뚜기의 유명세는 단지 유명해졌다는 이유로 당하는 곤욕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은 몰랐던, 칭찬 뒤에 숨겨진 불편한 사연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지난 12일 오뚜기 창업주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추모식에서 “최근 회사가 사회적으로 유명해졌는데 이는 (고 함태호 명예회장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업이 되자’고 늘 말씀하셨던 것이 나타나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책임을 무한으로 느끼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과연 오뚜기가 유명세를 털어내고 ‘진정한 갓뚜기’라는 칭찬을 들을 수 있을지, 함영준 회장의 결단과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시점이다.

 

정소현 기자  coda0314@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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