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출시됐거나 예정인 AI(인공지능) 스피커.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네이버 '웨이브', 카카오 '카카오미니', SKT '누구 미니', KT '기가지니'.<각 사 제공>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국내 IT업체들이 음성인식 AI(인공지능) 스피커의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격을 내리거나 거의 무료수준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 AI플랫폼의 주도권을 잡기위한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는 해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오는 18일부터 AI 스피커 ‘카카오미니’의 예약판매를 실시한다. 가격은 정가에서 50% 할인된 5만9,000원이다. 여기에 카카오는 계열사 멜론의 스트리밍 음원서비스 1년 이용권을 제공키로 했다. 멜론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1달 이용료가 6,000~7,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미니’를 무료로 제공하는 셈이다.

또 네이버는 자사의 AI스피커 ‘웨이브’의 2차 구매 이벤트를 진행한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달 네이버뮤직 무제한 듣기 1년 이용권(9만원)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웨이브를 선착순으로 무료 제공한 바 있다. 이번엔 1년 이용권 구매고객에게 정상가에서 73% 할인된 4만원에 웨이브를 판매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먼저 AI 스피커를 출시한 이통업계에서도 관측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11일 AI스피커 ‘누구’의 미니 버전을 출시하면서, 50% 할인행사를 진행 중이다. 또 KT는 지난달 말부터 셋톱박스 기능이 탑재된 AI스피커 ‘기가지니’를 사실상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결합상품을 내놨다.

업계에선 이들이 AI플랫폼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는 해석이다. 이는 비디오 게임 시장을 떠올리게 한다.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자사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과 X박스 시리즈를 원가 이하로 판매하고, 게임 타이틀로 수익을 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물론 AI 시장에서 아직 수익성을 확보할 수단이 마땅하진 않지만, 기기 배포를 통한 사용자 확보로 더 많은 사업기회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사용자들의 음성데이터가 많이 수집되면 인공지능의 고도화에도 용이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라며 “AI스피커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확보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있지만, (기기배포로) 사용자층을 확대함으로써 다양한 CP(콘텐츠 제작자)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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