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출석해 참담한 심경을 토로하며 증언을 거부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입’을 닫았다. 그는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출석해 “오랫동안 모셔온 대통령께서 재판을 받는 참담한 자리다.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심적 고통을 도저히 감내할 수 없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했을 때부터 보좌해왔다. 함께한 세월만 무려 20여년이다. 박근혜 정권에선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과 함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릴 만큼 핵심 실세로 부상했다. 때문일까. 충성심도 깊다. 그는 ‘운명’으로 생각하고 출소 후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모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따라서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증언거부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다만 그는 검찰 조사 당시 작성된 진술조서에 대해선 ‘사실’로 밝혔다. 자신의 혐의를 인정한 셈. “큰 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견에 따라 최순실 씨에게 문건을 전달하고 정정하는 절차를 거쳤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 여부에 대해선 부인했다. 구체적인 지시가 없었다는 것. 정호성 전 비서관은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좀 더 잘해보려고 한 번 더 체크해보려 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검찰의 생각은 다르다. 조사 결과, 정호성 전 비서관은 2013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최씨에게 180여건의 문건을 건넸다. 이중에는 47건의 비밀문건도 포함됐다. 특히 두 사람은 2013~2014년 사이에만 문자메시지 1,197회와 통화 895회 등 총 2,092회 연락을 주고받았다. 정호성 전 비서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를 잇는 핵심 연결고리로 해석되는 이유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정호성 전 비서관의 대면은 1년여 만이다.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사건 이후 처음으로 만났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법정에 들어서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90도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이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머리를 숙여 정호성 전 비서관의 인사에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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