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일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으나 증인 신문 일정이 빼곡하게 잡혀 있어 기한 내 선고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석방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범죄 사실에 대한 유무죄의 차원이 아니다. 재판 지연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구속된 피고인의 1심 구속기간은 기소된 날로부터 6개월이다. 선고 전이라도 구속 만기가 지나면 석방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는 내달 16일 자정이다.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일단 검찰은 속도전에 돌입했다. 증인 95명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의 증거 신청을 철회했다. 변호인이 조서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조서 대상자를 증인으로 불러야 하기 때문에 재판이 길어질 수 있다. 여기엔 자신감도 있었다. 지난달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수수 등 5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은 만큼 이미 신문이 이뤄진 증인들은 다시 부르지 않기로 했다. 다만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핵심 증인 신청만 유지했다.

◇ 증인 신청만 약 300명… 기한 내 선고 어려워

박근혜 전 대통령 측도 신속한 재판 진행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전과 다름없이 증인 신문을 주장했다. 앞서 변호인단이 재판에 부르려는 증인은 약 3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정농단 의혹의 발단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에 대한 직권남용 강요 혐의에 대해선 보다 철저한 증인 신문이 필요하다는 게 변호인단의 요구다. 실제 변호인단은 해당 혐의와 관련해 무려 51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현실적으로 구속 만기 전 재판을 마무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구속만기일까지 포함해 남은 재판기일은 12번 정도에 불과한 데다 하루 2~3명 이상 신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심리가 끝났다고 하더라도 판결문 작성에 필요한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보통 결심공판 이후 선고까지 2주 정도 걸린다. 때문에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시간끌기’ 전략을 쓰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검찰 측에선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증인 신청을 과감하게 철회했으나, 변호인단 측에선 검찰이 철회한 증인의 신문도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유영하 변호사는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다”고 전했다. <뉴시스>

물론 유영하 변호사는 부인했다. “증인들을 (법정에서) 신문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박근혜 전 대통령 입장으로선 방어권 행사이자 무죄 입증을 위한 수단인 셈이다. 도리어 답답한 쪽은 검찰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석방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경우 부담이 적지 않다. 건강 이상을 내세워 재판에 불출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증거인멸에 대한 우려가 높다. 그럼에도 검찰은 법적으로 피고인의 출석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기한 연장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법은 두 가지다. 새로운 범죄 내용을 추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재판부에 기한 연장을 요청하는 것이다. 무리는 없다. 앞서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롯데와 SK그룹의 재단 출연금 의혹과 관련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청와대가 어버이연합 등 극우 단체들을 지원했다는 일명 화이트리스트 의혹 수사도 현재진행형이다.

재판부가 검찰이 제기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가 혐의사실에 대해 인정하면 직권으로 6개월까지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실제 사건에 연루된 상당수가 검찰의 추가기소로 수감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재판 중 구속 만기로 석방된 인물은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유일하다. ‘특검 도우미’로 불릴 만큼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한 데 대한 보상 차원이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혐의는 모두 18가지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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