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서 동양생명 대표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구한서 동양생명 대표의 거취에 보험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임기 만료까지 6개월가량을 시간을 남겨둔 가운데 그의 연임 전망은 불투명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터진 육류담보대출 부실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여전한데다 최근 공동 대표 체제 출범으로 그의 입지가 부쩍 좁아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 육류담보대출 사기 피해 ‘책임론’ 발목

구한서 대표는 2012년 6월부터 동양생명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안방보험이 2015년 새 주인으로 들어선 뒤에도 자리를 보존했다. 당시 안방보험은 전 대주주인 보고펀드가 선임한 그를 교체하지 않고 연임을 결정했다. 이제 그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그의 연임 전망은 밝지 못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발생한 ‘육류담보대출사기 사건’으로 대주주의 눈 밖에 났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사기 사건의 제일 큰 피해자는 동양생명이다.

이 사건은 수입육을 담보로 육류유통업자가 대출중개업자와 창고업자, 금융기관 직원들과 짜고 금융기관을 상대로 5,700억원에 달하는 대출사기를 벌인 사건이다.

검찰은 최근 수사를 마무리 짓고, 범죄에 연루된 일당 40여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육류 가격을 부풀려 담보로 맡기거나 담보를 중복 설정하는 수법으로 동양생명 등 제2금융권 업체 14곳에서 대출을 받아 약 5,770억원을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육류담보대출은 냉동보관 중인 수입 육류를 담보로 이뤄지는 대출이다. 유통업자가 수입 고기를 창고업자에게 맡기면 창고업자가 담보 확인증을 발급하고 유통업자는 이를 토대로 대출을 받는 구조다. 대출이자율(연 8% 수준)이 높아 보험사·저축은행 등 주로 2금융권에서 취급해왔다. 사기 일당들은 담보물 실태 확인이 허술하다는 점을 악용해 대출을 늘렸다. 이런 사기에 속아 동양생명은 3,803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동양생명 직원도 이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대출 편의를 봐주고 돈을 받은 혐의로 동양생명 팀장 이모(46) 씨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씨 등은 대출 한도를 늘려주거나 담보물 실사 과정을 간소화해주는 대가로 2010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600만원에서 1억3,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 입지 좁아지고 연임 전망은 불투명 

사정이 이렇다보니 동양생명도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론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 금융 회사의 관리·내부 통제가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최근 징계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구 대표 역시 가시방석 처지에 내몰린 실정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감안하면 그의 연임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공동대표이사 체제를 출범시킨 것 역시 교체 수순을 밟기 위한 수순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동양생명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안방보험 출신인 뤄젠룽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동양생명은 투톱 경영 체제가 출범했다. 

이에 대해 동양생명 측은 “투톱 체제를 통해 장기적으로 책임경영과 의사결정의 합리성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 대표가 연임에 성공해 해당 투톱체제가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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