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들면서 한산해진 명동거리.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국내 최대 유통기업인 롯데가 롯데마트의 중국 철수를 결정했다.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압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사업철수를 전부터 고려해왔다.

지난해 사드배치 결정 당시 시작된 중국의 경제보복은 수치상으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18일 한국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음향·영상 및 관련 서비스’ 수지 흑자는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약 23% 감소한 1억7,990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1년6개월 만에 가장 작은 수준이다.

◇ 체감되는 중국의 사드보복, 화장품·의류 등 직격탄

‘음향·영상 및 관련 서비스’ 수지의 상승세가 꺾인 원인 역시 중국의 사드보복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의 한한령으로 한류 문화행사가 취소되고 한류배우가 중국 드라마에서 하차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한류문화수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에서의 타격이 전체적인 수지하락으로 이어졌다.

관광업계의 타격도 크다. 중국인 단체관광이 급감하면서 전체 중국인 관광객 규모는 지난해와 비교해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았던 제주도는 거리에서 중국인을 찾아보기 힘든 수준으로 전해졌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8월까지 누적 관광객은 50~60만으로 절반정도 줄었다. 사드 보복이 구체화되기 전인 1~2월 관광객을 제외하면, 10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다.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직접 타격을 입은 것은 소비재 수출기업들이다. 중국인들이 주로 소비했던 한국산 화장품, 의류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 관계자들이 만난 자리에서는 직접적인 피해사례가 언급됐다. 까다로워진 통관절차, 특송화물 수출입 신고 강화 등 중국이 과거 상대국에 보복조치로 이용했던 ‘비관세 장벽’이 적시됐다.

◇ 활로는 신시장 개척, 베트남 등 동남아 부상 ‘주목’

여파는 배터리, 스마트폰, 자동차까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번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간담회 때도 언급된 것처럼 중국의 배터리 부분에 대한 견제는 노골적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한국 대기업들의 ‘차이나 엑소더스’(중국 대탈출) 가능성도 한 때 점쳐진 바 있다. 실제 현대기아차가 중국시장에 판매한 자동차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4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새로운 소비재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우리 경제성장률은 0.2% 감소하고, 2만5,000여 개의 일자리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만회할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관심을 모으는 소비사장으로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떠오르고 있다. 과거 우리 기업들의 생산공장으로 주목받았던 이들은 최근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소비시장으로서의 잠재력도 커진 상태다. 삼성과 LG가 진출해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롯데호텔과 건설 등도 활발하게 기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빈부격차가 큰 편이지만, 전체적으로 소비여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된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와 비슷한 모습으로 (소비시장으로서) 잠재력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정부차원에서도 기업들의 용이한 진출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올해 하반기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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