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는 돈을 통장 대신 저금통으로 보낼 수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은행이 예금주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대신 ‘보관료’를 받는 마이너스 금리는 최근 수 년 사이 유럽지역과 일본에서 정책적으로 도입됐다. 국제적 저금리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18일 한재준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와 소인환 한국은행 국제금융연구팀 과장의 ‘금리와 은행 수익성 간의 관계 분석’ 연구보고서를 요약·소개했다.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채택한 것은 통화유동성의 확대와 관련이 깊다. 은행의 예금계좌에만 머무는 돈을 내보내 경기부흥과 디플레이션 완화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는 속뜻이다. 이는 통화공급량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려는 양적완화 정책과도 궤를 같이한다.

연구자들은 이 과정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예대마진의 감소를 유발해 결국 은행수익성의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수의 은행이 예금유치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라면 예금금리는 현 수준에서 더 내려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은 예금금리의 ‘하방경직성’은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를 축소시켜 대출재원 조달부담을 증가시킨다.

반대로 예금금리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면 대출수요가 높아지도록 금리를 조절해 은행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치열한 예금확보 경쟁 속에서 안 그래도 높은 고객의 금리부담을 더 높이기는 쉽지 않다. 연구자들은 “한국·유럽의 은행들은 예금액에 비해 대출금액이 상대적으로 크다”면서도 “금리 인하로 예금유치가 줄어들 경우 예금금리 인하여력이 축소되는 경향이 확대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즉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은행예금에 대한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규모의 예금인출이 발생한다면 금리경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설명이 이를 뒷받침한다. “통화수요가 탄력적일 때 화폐가 유통수단의 기능을 잃어버리는 ‘화폐퇴장현상’의 실현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한 매튜 로그나일 노스웨스턴대학 조교수의 2015년 논문도 인용됐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