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기독교계·학부모단체는 '동성애 합법화 반대' 1000만 서명운동과 거리투쟁에 나섰다. 보수 기독교계는 헌법의 ‘양성평등’ 조항을 ‘성평등’으로 수정하면 동성혼 합법화의 근거가 될 것이라며 압박하는 등 정치권의 관련 논의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또다시 성소수자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군내 성소수자 차별 근거로 악용되고 있는 군형법 92조6항에 위헌 의견을 낸 것을 두고 ‘동성애 옹호자’라고 반대했던 자유한국당 등은 김 후보자에게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동성애·동성혼 문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보수 기독교계의 표심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동성애를 옹호하는 등 국민 법 상식과 어긋나는 김명수 후보자 의식에 심각성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그는 "김 후보자는 지난 2012년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한국 성 소수자 인권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발제자들이 동성애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며 “김명수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되면 군대 내 동성애를 옹호하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반대이유를 밝혔다.

국민의당도 자유한국당의 공세에 동참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자가 회장으로 있었던 국제인권법연구회는 동성애를 옹호하는 국제법리를 소개하는 내용이 포함된 국제인권법과 사법편람을 발간했다. 이 책에는 김 후보자가 편람을 처음부터 기획했고 번역에도 직접 참여했다는 언급이 나왔다”며 “그러나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동성애, 동성혼 문제와 관련해 개인적으로 그 부분에 대해 특별히 공부하거나 생각한 바 없다고 답변한 바 있다”고 위증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위증을 한 것이 아니라면 이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함으로써 본인의 생각과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입장을 밝혀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 한국당과 국민의당, 인준 반대 속내

이처럼 정치적 색깔이 확연히 다른 당끼리도 ‘동성애’ 문제에 있어서는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이유는 보수 기독교계의 ‘표심’이다. 한국당은 물론이고 국민의당 역시 각 지역 보수 기독교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당이다. 보수 기독교계는 헌법의 ‘양성평등’ 조항을 ‘성평등’으로 수정하면 동성혼 합법화의 근거가 될 것이라며 압박하는 등 정치권의 관련 논의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각종 인사 표결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을 향한 압박은 더 심하다. “찬성표를 던지면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내용의 ‘문자폭탄’은 물론, 호남 지역의 목사들이 직접 지역구 의원들을 만나 “반대표를 던지라”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은 김이수 전 후보자 인준 처리 과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요즘 국민의당 의원들은 동성애 합법화에 반대하는 국민들로부터 하루 수천 통의 ‘김이수 반대’ 문자폭탄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19일 김 후보자 인준 처리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의총에 참석한 한 중진 의원은 김 후보자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김성식 의원을 향해 “명수파”라고 불렀다. 다른 쪽에 앉은 의원들을 향해서는 “우린 하느님의 섭리파”라고 농담을 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의총을 통해 ‘자율투표’ 방침을 재차 확인했지만, 사실상 지역구 기독교계의 압박이 표결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의총에는 총 의원 32명이 참석했고 김 후보자 관련 발언을 한 의원은 13명이었다. 이중 2명은 반대의사를 보였고 5~6명은 찬성입장, 나머지는 찬반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구민들의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비례대표 이태규 의원은 “지금 많은 분들이 김 후보자의 동성애에 대한 진보적 시각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계신데, 후보자의 그런 시각이 법의 현명함과 불편부당함을 넘어 사법부를 흔들고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정도의 급진성을 갖고 있는지 여부가 (인준 찬반)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여야는 오는 21일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인사청문특위에서 표류하고 있는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에 대해서도 여야가 합의해 채택하는 방향으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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