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하나카드 제공>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일회성 이익에 힘입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뤄냈지만 경영 환경을 갈수록 녹록지 않아지고 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어깨는 더욱 무겁다.

◇ 상반기는 좋았지만 하반기 전망 '우울'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은 지난해 3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는 취임 후 옛 하나SK카드와 옛 외환카드의 화학적 통합을 순조롭게 이끈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하나카드는 지난 2014년 통합 법인을 출범한 후에도 이원화된 노조와 인사제도를 통합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합의에 성공했다. 이에 올해 1월부터는 통합 인사제도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실적 성과는 준수한 편이다. 하나카드는 751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전년 동기보다 93.6% 성장했다. 큰 폭의 실적 상승에는 일회성 이익의 도움이 컸다. 하나카드의 1분기 실적에는 약 300억원 가량의 장기미수채권 매각이익이 포함됐다. 이 같은 일회성 이익을 제외한다면 전년대비 이익 상승률은 16.2% 정도로 추산된다. 여기에 비용 절감과 1Q카드 시리즈 인기 등이 실적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실적 상승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경쟁 심화와 가맹수수료 인하, 규제 강화까지 겹치면서 카드업계의 경영 환경이 날로 얼어붙고 있어서다. 특히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 여파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말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가맹점 기준을 연 매출 2억원 이하에서 연 매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 기준을 연 매출 2억~3억원 이하에서 연 매출 5억원 이하로 낮췄다. 또 내년 말까지 카드업계 카드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원가를 재산정해 수수료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우대 수수료율 인하를 포함한 종합적인 개편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카드업계는 이에 따른 수익 감소를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다.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거나 신사업 진출을 꾀하는 등 새로운 수익 기반 확보에 분주한 실정이다.

하나카드도 해외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텐센트의 모바일 결제회사인 위챗페이와 손잡고 일본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지에 자회사를 설립한 하나카드는 일본 내 위챗페이 결제내역에 대한 모바일 전표매입을 대행하게 됐다. 최근 카드사들의 진출이 활발한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에는 나서고 있지 않다. 계열사인 하나캐피탈의 사업과 겹칠 것을 의식한 조치로 알려진다.

◇ 내실 경영과 먹거리 발굴에 주력 

하나카드 측은 글로벌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내실 경영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최근에야 인사 시스템과 노조 통합이 이뤄진 만큼 내실을 다지는 부분도 역점을 두고 있다”며 “구체적인 경영 전략이 나오지 않았지만 우선은 고객 친화 서비스와 은행과의 사업 시너지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실적 전망에 대해서는 “수수료 수익 감소 때문에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1Q카드의 선전과 통합 시너지 효과를 감안하면 전년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점유율 정체도 고민거리다. 하나카드는 옛 외환은행 카드부문과 통합 후 점유율이 4%에서 8%로 올라갔지만 그 이후로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통합 안정화에 주력하면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내년 초 다시 연임 시험대에 오른다.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임기 만료 시점에 맞물려 있는 가운데 과연 정 사장이 하반기 실적 방어에 성공해 연임 시험대를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