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은진 기자] 한 마디로 ‘소귀에 경읽기’ 토론회였다. “한국당이 여성 문제에 진보적이고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해야한다”고 충고하자 “남성들 설득할 땐 좀 더 설득력 있게 해야 한다”(강효상 의원) “민주당도 똑같이 마찬가지다”(홍준표 대표)는 답변이 나왔다. 홍 대표는 ‘상석’에 앉아 대놓고 졸기까지 했다. “이럴 거면 토론회를 왜 열었느냐”는 소리가 나왔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연 ‘한국정치 마초에서 여성으로’ 토크콘서트 후 홍준표 대표는 각종 여성비하·성차별·영남비하·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슬로건을 ‘마초에서 마초로’로 하지 그랬느냐”는 비아냥이 나왔다. 이날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같은 당 류석춘 혁신위원장, 강효상 의원 등의 발언 역시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문제가 될 만한 발언 몇 가지를 소개한다.

“‘젠더 폭력’이라는 말은 내가 처음 듣는 말이다. (중략) 여성의원들이 국회에 들어오면 싸우기도 잘 싸운다. 남자들은 이 눈치 보고 저 눈치 보는데 여성들은 눈치를 안 보더라.”(홍준표 대표)

“무슨 남성이 물리적으로 신체적으로 여성을 강제로 어떻게 한다던가, 알량한 남성 권력으로 여성을 지배 한다던가 하는 것은 이미 지나간 일이라 생각된다. 제 생각에는 이미 우리사회는 성 평등을 넘어 여성이 우월적 지위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류석춘 위원장)

“저는 젠더 문제를 좀 아는데 왜냐면 저희 ‘집사람’이 대학에서 이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중략) 이게 한국당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 전체의 문제다. 저희는 억울하다.”(강효상 의원)

토크콘서트 현장에선 한국당의 ‘반성’과 ‘쇄신’을 요구하는 성토가 줄을 이었다. 홍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성·청년 공천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진화’했다. 그마저도 ‘여성’과 ‘청년’을 합쳐 전체 공천의 절반을 채우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목표일 뿐”이라는 단서도 달았다. 홍 대표는 “공천을 하다 보면 그 수치를 맞출 수가 없다. 그래서 여성·청년 공천 50%를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지금 한 20%도 안 될 건데 50%를 목표로 한다는 것도 파격적인 거다. (무조건) 맞추는 건 아니고 50%를 목표로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배우자를 ‘촌년’으로 지칭해 문제를 일으켰던 홍 대표는 뜬금없이 “(한국당에 대한) 여성들의 편견은 저 때문에 생긴 것 같다. 경상도에서는 별로 문제가 안 되는 발언이 서울 기준으로 하면 아주 이상한 발언이 된다”며 지역 핑계를 대기도 했다. 토크콘서트 내내 제기됐던 여성 문제에 대한 ‘감수성’이 없다는 지적은 단순한 '여성들의 편견'이 된 셈이다.

사실 홍 대표의 ‘막말’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홍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에서도 “문재인 후보를 찍으면 북한 김정은이 한국의 대통령이 된다” “선거에서 못 이기면 우리(한국당)는 낙동강에 빠져 죽어야 한다”는 등 거침없는 화법으로 지지층을 결집시켰다.

홍 대표의 막말은 그 대상이 ‘여성’일 때 유독 독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는 “일하기 싫으면 집에 가서 애나 보든지 (국회의원) 배지 떼라”(2009년)고 했고, 나경원 한국당 의원에게는 “거울보고 분칠이나 하고 화장이나 하는 사람은 뽑아서는 안 된다”(2017년)고 했다. 대학생들 앞에서는 “이대(이화여대) 계집애들 싫어한다”(2011년)고 했다.

‘홍준표식’ 여성정치가 우려스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 대표의 여성비하 발언은 역사가 길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 탓도 아니다. 홍 대표는 20년 넘는 정치인생에서 ‘젠더’라는 말을 이날 처음 알았다고 한다. 젠더 문제에 관한 그의 무관심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홍 대표는 107석의 정당을 이끄는 원내 제2당이자 제1야당의 대표다.

홍 대표는 토크콘서트를 마무리하면서 “오늘 많이 듣고 간다. 저희들이 여성 정책 수립하는 데 많이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국당 성토장도 아니고… 참 내가 뭐라고 하기 그렇네요”라며 볼멘소리도 덧붙였다. 다음날인 20일 더불어민주당·바른정당·정의당은 홍 대표의 전날 발언에 대해 공개사과를 촉구했지만, 홍 대표는 그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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