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과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위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소했다. 국정원 ‘박원순 제압문건’의 직접 피해자인 박원순 시장이 나서면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정치보복’이라는 부담 없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혐의는 ‘직권남용’이다. 3년 전 이미 공개된 바 있는 국정원 ‘박원순 제압문건’에 따르면, 서울시정에 대해 부정여론을 확대시킬 구체적인 방법과 지시가 적혀 있었다. 특히 문건에는 노후 주택 개보수 작업이나 지하철 해고자 복직, 어린이집 확충 등 개별사안마다 접근방식을 달리하는 등 ‘꼼꼼한’ 방해공작 방법이 설명돼 있었다. 이는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근간을 훼손한 중대한 사건”이라는 게 박 시장의 입장이다.

20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박 시장은 “국정원이 안 했다고 발뺌하고 은폐했지만 모든 진실은 결국 드러나기 마련”이라며 “온갖 방법을 동원해 음해하고 사찰하고 공작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몰랐다고 하는데, 책임회피이고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 국정원 정치개입, BBK 등 굵직한 사안으로 존재감 과시

박 시장을 필두로 다른 피해자들의 고소도 이어질 전망이다. 방송인 김미화 씨는 “이 전 대통령이 백주대낮 거리를 활보한다는 현실이 어이 상실”이라며 법적대응에 나설 뜻을 밝혔다. 김씨에 이어 배우 문성근 씨, 김여진 씨도 민형사상 소송을 낼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박 시장의 고소사건에 대해 공안 2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앞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도 ‘BBK 가짜편지’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요청하고 나섰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당시 후보는 BBK 실소유주 의혹을 받았다. 핵심증언을 해줄 김경준 씨가 귀국하자 이 후보 측은 청와대의 ‘기획입국설’을 주장했고 그 근거로 사용됐던 것이 ‘BBK 가짜편지’다. 편지에는 김경준 씨와 청와대가 같은 편임을 암시하는 내용이 들어있었으나 추후 조작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검찰이 해당 조작사건에 “윗선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는 점이다.

박영선 의원은 지난 14일 대정부질문에서 ‘가짜 편지에 대한 (당시) 검찰청의 발표는 담당 검사 박철우 검사의 말 빼고는 전부 거짓’이라는 제보자의 문자를 공개, 법무부의 재조사를 촉구했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재수사 여부를 검토하도록 지시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BBK 가짜편지’ 사건의 재수사가 이뤄진다면 이 전 대통령과 측근들은 물론이고, 당시 검찰 고위직 인사들까지 수사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박 시장과 박 의원이 전면에 나서면서 향후 서울시장 선거에도 관심이 모인다. 이 전 대통령 공세에 선봉에 있는 두 사람이 공교롭게도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에 꼽힌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코드를 맞추고 촛불민심을 받든다는 의미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며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사안으로 핍박을 받았다는 점에서 명분도 나쁘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현재까지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구체적인 뜻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박 시장은 “서울 시민들을 위해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심사숙고 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박 의원의 경우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출마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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