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HTC로의 스마트폰 사업을 11억 달러에 인수하고, HTC와 협력관계를 강화한다.< HTC 홈페이지>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구글이 대만 IT 제조업체 HTC의 스마트폰 사업을 인수한다. 특징은 단순 사업매각과 인수 관계를 넘어 사업협력을 강화한다는 점이다. 양사 간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시너지 효과를 노린 셈이다.

HTC는 20일(현지시각) 구글에 자사의 스마트폰 사업부를 넘겨주는 대가로 11억 달러를 받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HTC의 스마트폰 사업팀에는 구글의 픽셀폰을 개발한 인력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글은 이와 별도로 HTC 지적재산에 대한 비독점권을 제공받기로 했다.

구글과 HTC의 이 같은 거래는 일종의 강력한 동맹관계를 맺은 것으로 해석된다. HTC는 부진하던 스마트폰 사업을 구글에 매각함으로써 VR(가상현실) 헤드셋 사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또 구글은 스마트폰 제조업에 재진출함과 동시에, HTC와 협업을 통해 부족했던 VR사업의 보강을 기대할 수 있다.

앞서 구글은 2013년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스마트폰 제조업에 진출했지만, 큰 성과를 보진 못했다. 결국 모토로라는 2015년 중국 레노버에 매각됐고, 구글은 스마트폰 설계에만 전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기 생산능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첨단기술의 개발에서 한 단계 더 나가 제품생산에 직접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안드로이드 OS를 제작, 배포하는 구글은 AI(인공지능)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를 보급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만 해도 갤럭시S8부터 자체 제작한 AI비서 ‘빅스비’를 탑재하면서, 전용버튼까지 달았다. 또 아마존은 자사의 AI플랫폼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 안경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업체들이 구글의 품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구글을 비롯한 경쟁자들은 인공지능과 증강현실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기기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해석했다.

또 이번 동맹에선 구글의 VR시장에 대한 확장의지도 엿보인다. 구글의 VR기기는 스마트폰을 전면부에 장착해 보는 방식으로, 스마트폰의 화면을 광학식으로 전달하는 역할에 불과하다. 이에 이전부터 HTC와 협력함으로써 VR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HTC이 생산하는 VR '바이브'는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독립형 기기로, 고성능 및 고화질을 자랑한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VR게임시장에서 HTC의 점유율은 60% 이상을 기록했다.

CNBC는 셔 왕(Cher Wang) HTC CEO(최고경영자)의 성명서를 인용, “구글의 하드웨어 사업 추진과 HTC VR 기기의 지속적인 혁신을 보장하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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