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김명수 대법원 후보자의 부적격 사유에 대해 설명하며 반대표 행사를 당부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21일 오후 국회에서 가결 처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늦어도 23일 전에는 최종재가를 마치고 대법원장 임명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우려했던 초유의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동시공백 사태는 막은 셈이다.

청와대는 국회를 향해 고개를 숙이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당 내에서 찬성여론이 높아 가결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마지막까지 정무라인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이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까지 낙마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큰 차질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가결 직후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같은 마음으로 임명동의안을 처리해준 입법부에 감사 드린다. 이 같은 뜻을 받들어 더욱 협치하고 소통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내주 중 뉴욕순방 성과보고를 겸해 야당대표들과 만나 다양한 현안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 BBK·성완종리스트 압박 받는 홍준표

야권은 김 후보자의 가결이 어떤 영향을 불러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수야권은 김 후보자가 이른바 ‘5대 의혹’에서는 자유롭지만 이념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었다. 동성애·대체복무제에 찬성했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이념적 편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는 총동원령을 내려 저지에 나서기도 했다.

무엇보다 ‘성완종 리스트’가 대법원 상고심을 앞두고 있어 홍준표 대표 입장에서는 더욱 절실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고등법원에서 무죄판결을 얻어낸 홍 대표는 대법원 심리가 ‘법률심’이라는 점을 들어 무죄를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고등법원의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된 사례는 적지 않다. 가까운 예로 2심에서 유죄가 내려졌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사건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됐고, 다시 2심을 거쳐 대법원에 재상고된 상태다. 당시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했던 검사가 문무일 현 검찰총장이라는 점도 홍 대표에게는 불편한 요소다.

‘성완종 리스트’ 뿐만 아니라 BBK 사건과도 일부 연관이 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지난 14일 대정부질문에서 이른바 ‘BBK 가짜편지’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BBK 가짜편지’ 사건이란, 이명박 전 대통령이 BBK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관련 증언을 해줄 김경준 씨가 귀국하자 야권은 열린우리당에 의한 ‘기획입국설’을 제기했고 그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로 ‘BBK 가짜편지’가 사용됐다.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표결 상세결과 <뉴시스>

◇ 개별사건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지만…

이와 관련해 박영선 의원은 “이 가짜편지를 흔든 사람은 바로 당시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이었다”며 “홍 위원장이 가짜편지를 흔들면서 민주당과 김경준의 발언이 거짓이고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뒤집어씌우려고 하는 일종의 선거에 당선될 목적으로 사건을 조작한 조작사건”이라고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강조했다.
 
가결저지에 실패한 자유한국당은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본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난 정우택 원내대표는 “가결이 됐다고 해서 성형의 부적격적인 측면이 면죄부를 받은 건 아니다”며 “대법장으로서 공정한 인사와  사법부 독립성 및 공정성에 흠이 가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모든 국민의이 마지막 보루로서 사법부의 시각이 변함없길 바란다”고도 했다.

물론 대법원장 한 명이 교체됐다고 개별 사건의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법조인 출신의 국회 관계자는 “법리를 어기면서까지 감정적으로 판단할 대법관은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양승태 대법원장은 “재판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 재판 독립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정치권이나 여론에 의한 간접적 영향은 있음을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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