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주변상권과 소상공인들에 심각한 피해가 있다는 논란에 따라 2012년부터 시행된 제도다. 하지만 정부가 이보다 강력한 규제 법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면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전통시장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상인들의 집회 모습.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이번 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전통시장 상인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대형마트가 문을 닫게 될 경우 전통시장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현행 월 2회에서 4회 휴무하게 되면 매출도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는 않다. 당장 유통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소비자들 역시 선택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법안이 시행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아 보인다.

◇ 반사이익 기대하는 전통상권

“아무래도 갈 데(대형마트) 없으면 시장으로 오겠지. 시장이 싸고 나름 장보는 재미도 있잖아요.” 서대문구 영천시장의 한 상인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중인 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매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겼다.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상인 역시 “그렇게 크고 (시설이) 좋게 만들어놨으니, 다들 그 곳(대형마트)으로만 가. 시장 상인들, 주변 식당… 뭐 다들 죽으라는 얘기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형마트로 인해 실제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를 확대하는 법안에 “당연히 찬성”한다고 했다.

중소기업들도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는 3일 ‘바람직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위한 중소기업계 제언’을 발표하고 “거대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출점을 경계해야 한다”며 “현재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의무휴업일을 복합쇼핑몰과 프리미엄 아울렛 등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복합쇼핑몰 주변 중소유통업자 및 소상공인 400명을 대상으로 ‘복합쇼핑몰 진출 관련 주변상권 영향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중 74.6%가 복합쇼핑몰 진출로 인해 점포경영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특히 매출과 평균 고객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수원지역의 경우, 복합쇼핑몰 진출 3년 후 월 매출액이 진출 전 대비 29.1%, 1일당 고객 수는 38.2% 줄었다.

남윤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경제> 신문사 기고글을 통해 “소상공인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큰 만큼 내수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통계청의 2015년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전국 사업체 중 소상공인 비율은 83.7%다. 그리고 소상공인이 올리는 매출은 국내총생산(GDP)의 30% 수준이다. 일각에서 복합쇼핑물을 규제하면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국내 경제에서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는 1.9%에 불과하다. 반면 소상공인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는 30.6%로 대기업의 16배다.

이에 남윤형 연구위원은 “소상공인은 국가 경제의 실핏줄과 같은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론 소상공인들과 대기업 간에는 힘의 불균형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속에서 소상공인 스스로에게만 경쟁력을 확보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올바른 사회 통합의 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전통시장 상인들은 반기는 분위기지만, 유통업체와 소비자들은 반대의견이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도 해당 법안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은 대형마트를 쇼핑중인 소비자들의 모습.

◇ 소비자들 선택권 제항·역차별 논란도

반대 여론도 만만치는 않다.

당장 직격탄을 맞게 된 유통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신규 출점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영업시간까지 규제를 받으면서 영업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가뜩이나 힘겨운 상황에 정부 규제 움직임마저 본격화된 점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 유통업계는 중국의 사드보복에 따른 여파 등으로 영입이익 등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영업을 영위중인 업체들은 철수 위기에 내몰렸고, 한한령(限韓令)에 따라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국내 상황도 말이 아닌 처지가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백화점업계의 올해 1월 소매판매액은 전년동기 대비 1.5% 하락했다. 2월과 3월 역시 각각 5.6%, 3.5% 감소했고, 4~5월에도 -2.2%, -4.6%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부진한 실적에 면세점 업계는 공항 면세점 철수 및 구조조정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무엇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신규출점이 어려워지는 만큼 일자리창출이나 신규투자가 녹록지 않다는 게 유통업계의 주장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1개 점포가 출점할 경우 최대 800명, 복합쇼핑몰은 수만 명의 직·간접 고용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가 될 경우, 정부의 일자리창출 정책이나 투자 등에 힘을 싣기 어렵다고 말한다. 정부의 상생 의지와 동반성장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실효성이 검증 되지 않은 규제로 업계를 옥죄기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규제에 따른 불똥이 다른 곳으로 튈 가능성에 대한 염려도 나온다. 현재 대형 유통시설에 입점한 자영업자들이 대상이다. 정작 대규모 유통점포가 아님에도 규제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하다. 마트나 대형쇼핑몰에 입점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이 중소상인이라는 점에서 규제의 당초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실 소비자들이 전통시장 대신 대형 유통시설을 선호하는 이유는 편리한 주차와 양질의 다양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3.4%는 ‘생필품 및 식재료’의 주된 구입 경로로 대형유통업체를, 22.3%는 개인 중ㆍ소형 슈퍼마켓을 선택했다. 전통시장을 선호하는 비율은 10.6%에 불과했다. SNS 상에선 유통법 개정안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가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 정치권에서도 찬반 양론…상임위 통과 여부 주목

정치권 내에서도 이번 법안을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여당과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통합 개정안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상임위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당이 반대할 경우 법안 추진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3월 주형환 당시 산업부 장관은 “새로운 규제 도입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규제강화 논의를 위해서는 먼저 기존 규제의 효과, 유통산업의 구조변화, 소비자 후생 등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의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