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500만 시대를 맞아 저소득 청년과 노년층 등 계층이 '주거복지 사각지대'로 꼽히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집을 구하는 청년, 생계 유지를 위해 무료급식소 찾은 노인들.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1인 가구 500만 시대를 맞이한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숙제로 ‘안정적 주거환경 제공’이 지적되고 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7.2%로 전체 가구유형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00년 전체 가구유형 가운데 1인 가구 비중이 15.5%에 그쳤지만, 2005년 20%, 2010년 23.9%로 1인 가구 비중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는 가파르게 증가하는 1인 가구 비중에 따라 안정적 주거환경 제공을 위해 공적임대주택 17만 가구를 매년 공급하고, 도시재생뉴딜사업도 전국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자발적 임대주택의 등록확대 차원에서 ‘인센티브 강화’를 내걸고 다가구주택 소유주가 해당 주택에 살면서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정부는 2022년까지 공공임대주택 20만 가구를 신혼부부에게 특별 공급하고, 문 대통령 임기 내 역세권에 시세보다 낮은 청년 임대주택도 공급하는 등 안정적인 주거환경 대책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

2015년 기준 1인 가구 증가 비율. <그래픽=시사위크>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1인 가구 증가 속도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22일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만큼 (1인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질의 주택이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이고, 이들만의 주거문화가 아직 형성되지 못하는 것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거문화는 주변 인프라 구성에 따라 생기는데, 한국 1인 주택 거주형태가 대개 폐쇄형 고시원 혹은 오피스텔이기 때문에 서로 교류하기가 힘들어 주거문화 형성도 이뤄지기 힘든 구조”라고 덧붙였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지난 20일 ‘월세비중의 확대에 대응한 주택임대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주택임대시장에서 저소득 청년층과 고령층이 목돈마련 부담과 신용제약으로 인해 전세 비중이 낮아지고 주거서비스 질이 낮은 다가구·단독주택의 월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소득대비 월세 주거비 부담에서 주거안정성을 확보해 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5년 기준 각 세대별 1인 가구 비율. <그래픽=시사위크>

◇ 주택 바우처·주거 보조금에 주목

한국보다 먼저 1인 가구 지원 정책을 실행하는 해외의 경우, 청년·노년·저소득층 1인 가구 임대주택 공급과 함께 주거비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해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저소득 임차인의 월 소득에서 임차료 비중이 높을 경우 연방정부에서 금액을 보조해주는 ‘주택 바우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혼자 거주하는 사람에게 가족 구성원의 수와 소득, 주거비용, 주거지의 월세 수준, 주택 노후화 등을 따져서 ‘주거보조금’을 지원해준다. 평균 보조금은 월세의 10%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 1인 가구 지원 법안 발의에 나서는 추세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일명 ‘1인가구 지원법’(건강가정기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22일 신용현 의원실에 따르면 이 법은 1인 가구를 가족 정책 대상으로 확대해 복지 대책 마련과 현황, 정책 수요를 포함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현아 한국당 의원도 소득과 자산이 일정 이하인 청년·북한 이탈주민·노숙인·한부모 가정을 ‘주거 약자’ 범위에 포함시켜 국가와 지자체에서 이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 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현행법은 주거 약자를 고령자·장애인·국가유공자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반면 개정안은 1인 가구 범위에 해당하는 소득·자산이 일정 이하인 청년과 북한 이탈주민, 노숙인, 한부모 가정 등 국가 안전망 밖에 방치됐던 실질적 주거 약자들을 안전망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법안이다.

김 의원실은 “그동안 청년계층이 실질적으로 주거 약자이면서도 주거 대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며 “이들을 포함해 주거약자 개념을 명확히 하는 것이 구체적인 주거 지원 정책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