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과 노년층 등 1인 가구가 500만을 넘을 정도로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참고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기간 도시락 매출은 재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80.8% 늘어났다. 추석 명절에도 혼자지내는 ‘나홀로족’이 많아지면서다. 편의점 CU도 지난해 추석기간 도시락 매출이 171% 증가했으며, 세븐일레븐도 같은 기간 55.1% 매출이 늘었다. 특히 1인 가구가 많은 원룸촌과 고시촌 등이 밀집한 지역에서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편의점들은 이들 나홀로족들을 겨냥한 도시락 세트를 판매할 예정이다. 잡채와 고기산적 등 명절음식들로 채워 홀로 추석기분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1인 가구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 통계를 살펴보면, 1인 가구의 숫자는 500만이 넘은 지 오래고, 30대 이하 청년뿐만 아니라 50~60대 등 전 연령층에서의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

◇ 50대 ‘1인 가구’ 증가율 66%

50대 초반의 1인 가구 비중의 증가율이 66%로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송옥주 의원실 제공>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2015)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수는 대략 520만 세대로 전체가구의 27%에 달했다. 부부 2인, 편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된 2인 가구의 수도 499만 세대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전통적인 가족구성으로 여겨지는 4인 가구의 비율은 358만 세대에 불과했다. 4인 가구 중심의 전통적 가구 관념이 해체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1인 가구’는 청년층에 많을 것이라는 관념 역시 깨지고 있다. 2015년 기준 연령대별 1인 가구의 비율은 20대 17%, 30대 18.3%, 40대 16.3%, 50대 16.9%, 60대 12.8%로 각각 나타났다. 세대별 비교가 의미 없을 정도로 차이가 없었다. 반면 증가율 측면에서는 55이상 59세 미만이 66.9%로 20%안팎에 불과했던 청년층을 압도했다. 이는 황혼이혼과 가족해체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서울 관악구 고시촌에서 20년 가까이 원룸을 운영했던 남모(여·72세) 씨는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고시촌이 다 없어질 줄 알았는데,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 방을 임대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고시생이나 하숙생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은 공시생, 청년 직장인, 중년 남성과 노인 등 다양하다”고 전했다.

◇ 보편적인 가구형태로 자리 잡은 ‘1인 가구’

1인 가구 주거형태를 살펴보면, 보증금 있는 월세 형태가 가장 많았다. <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

1인 가구의 주거실태는 ‘보증금 있는 월세’ 형태가 187만(36%) 가구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가 34%, 전세 16%, ‘보증금 없는 월세’가 6.1%를 차지했다. 자산형성 이전의 청년층이나 노동력이 떨어지는 노년층의 경우 월세 등 주거비 부담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실제 ‘세대별 주거빈곤 비율’을 살펴보면 전체 주거빈곤의 29%가 청년이었으며, 노년층이 20%로 다음을 차지했다.

문제는 주거환경이 취약한 1인 가구들이 임대시장에서 단위면적당 높은 관리비를 지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의 ㎡당 원룸의 관리비는 4,861원으로 서울시 아파트 평균(871원) 보다 6배 가까이 비쌌다. 아파트의 경우 의무관리 대상이지만, 소규모 주택의 경우 관리 권한이 정부에 없어 사각지대가 됐기 때문이다. 제도의 공백으로 저소득 가구가 더 많은 관리비를 부담하는 역전현상이 발생한 셈이다.

무엇보다 ‘1인 가구’ 증가에 대한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하다. 1인 가구를 잠시 머물다 가는 거주형태로 여기면서, 이들을 위한 사회적 공동체 마련에 소홀해 온 게 사실이다. 고시원 등에서 혼자 거주하다 자살해 며칠 뒤에나 발견되는 사건은 이제 뉴스거리가 아닐 정도다. 홀로 사는 여성이나 노인 등 취약계층의 안전문제 역시 국가와 사회가 해결해야할 문제 중 하나다. 이를 위해 1인 가구를 보편적인 사회적 가구형태 중 하나로 인정하고, 문제점을 교정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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