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미국의 유명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창간 100주년을 맞아 아시아와 세계를 바꾼 5대 기업으로 ‘삼성’을 꼽았다.

특히 포브스는 일본의 도요타와 소니, 인도의 주택개발은행, 중국의 알리바바 중 삼성을 가장 먼저 소개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역사를 상세히 소개했고, 그 유명한 이건희 회장의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말을 무게감 있게 전달했다.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적인 매체로부터 아시아와 세계를 변화시킨 5대 기업 중 첫 번째로 꼽혔다는 점은 무척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삼성의 현재 모습은 이 같은 자랑스러움이나 뿌듯함과 거리가 멀다. 이건희 회장은 병상에 누워있는 와중에 과거 성매매 논란에 휩싸였고, 이재용 부회장은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감옥신세를 지고 있다.

그러고 보면 삼성은 정말 세상을 바꿨다. 최첨단 전자제품으로 세상을 바꾼 것 뿐 아니라, 촛불혁명이 일어나게 만들었다. 역설적으로 말이다.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이 부정을 저지른 덕분(?)에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같은 삼성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은 최근 발표된 ‘2017 글로벌 CSR 평판’이다. 미국의 글로벌 컨설팅업체 ‘레퓨테이션 인스티튜트’가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의 사회적책임 이행을 평가해 발표했다. 지난해 69.8점으로 세계 20위에 올랐던 삼성은 올해 64.5점으로 89위에 그쳤다. 1년 새 무려 69계단이나 추락한 것인데, 100위에 꼽힌 기업 중 가장 큰 낙폭이다.

뿐만 아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해리스 폴이 지난 2월 실시한 미국 내 기업평판지수 조사 결과는 더욱 처참하다. 지난해 7위였던 순위는 49위로 떨어졌다. 이 지수에서 삼성은 최근 3년 연속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는데, 미국기업이 아닌 기업 중 유일했다. 그만큼 좋은 평가를 받았고, 실망이 컸다는 의미다.

삼성은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이 아는 것을 넘어, 사랑 받고 추앙받는 기업이 된지 오래다. 하지만 그에 걸 맞는 도덕성이나 품격은 갖추지 못하고 말았다. 그에 따른 상처는 더욱 컸다. 높은 곳에서 떨어질수록 더 많이 다치는 법이다.

이제는 다시 예전의 위상과 평판을 회복할 일만 남았다. 하지만 우려를 금하기 어렵다. 삼성,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이 정말 뼈저린 반성과 성찰을 하고 있을까. 그보단 어떻게든 죄와 처벌을 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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