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급식 영양사에 상품권 뿌린 CJ프레시웨이에 시정명령
부당한 이익 제공해 고객 유인… 공정거래법 위반

CJ프레시웨이를 비롯한 일부 식품 대기업들이 학교 영양사들에게 급식재료를 구입하는 대가로 백화점 상품권이나 카드포인트 등을 줬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사진은 한 초등학생이 학교급식을 먹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함. <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학교 영양사들에게 제공한 영화표는 설문조사 참여에 따른 정당한 대가이며, 마케팅 차원에서 진행한 일이다.”

지난 2월, CJ프레시웨이 측은 학교 영양사들에 대한 ‘상품권 로비 의혹’에 대한 본지 취재에 이 같이 대답했다. 당시 CJ프레시웨이는 급식 영양사에게 영화티켓을 제공한 것을 두고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타 업체의 불법 판촉행위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의 판단은 달랐다. CJ프레시웨이가 부당한 이익을 제공해 고객을 유인한 것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CJ프레시웨이는 2014년 6월부터 2년간 전국 727개교 영양사들에게 2,974만원 상당의 CGV 영화상품권을 제공했다. 판매촉진 대상 품목 35개 중 2개 이상을 동시에 1회 이상 사용하면서 해당 제품들이 사용된 식단과 후기를 제공하면 CGV 상품권 2매를 지급했다.

이는 부당한 이익을 제공해 고객을 유인한 것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영양사가 객관적인 기준으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을 방해하고, 결과적으로는 상품권 등의 비용이 식재료가격에 반영돼 학교·학부모·학생들이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실제 학교급식용 식재료 시장은 2015년 기준 약 2조원 규모로, 학교별로 매월 영양사가 주문서(현품설명서)를 작성하고, 입찰을 통해 최종 납품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제공된다. 영양사들의 결정에 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구조다.

공정위는 “대형 식품업체들의 로비는 영양사가 품질과 가격을 기준으로 구매 상품을 선택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이런 행위가 계속되면 상품권 비용이 식재료 가격에 전가돼 학교·학부모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다만 CJ프레시웨이가 제공한 상품권 규모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와 함께 적발된 풀무원 식자재 유통 계열사인 ‘푸드머스’에 대해선 법 위반 행위가 비교적 무겁다고 판단해 과징금 3억원을 부과했다. 푸드머스는 매달 학교 측의 푸드머스 가공품 매출실적에 비례해 200만원 이상이면 매출액의 2%, 500만원 이상이면 3%의 상품권을 뿌렸다. 비용은 푸드머스와 10개 가맹사업자와 절반씩 부담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 영양사의 선택으로 왜곡, 학교와 학생들이 최상의 값싼 급식식재료를 공급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불공정 행위를 시정한 데에 의의가 있다”며 “향후에도 학교급식 시장서 경쟁질서를 왜곡하는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7월부터 학교급식용 가공 식재료 제조업체 중 CJ프레시웨이, 대상, 푸드머스, 동원F&B 등 4개 업체를 상대로 불공정 관행을 조사해왔다. 지난 2월 먼저 조사가 마무리된 대상에 5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동원 F&B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한편 교육부는 25일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 시도교육청 관계관이 참석하는 긴급회의를 열고 특별조사를 실시한다고 24일 밝혔다. 이 자리에서 교육부는 학교 영양사 등 급식 관계자들이 해당 업체들로부터 상품권 등을 받았는지 여부를 철저히 파악해 결과에 따라 관계자를 엄중조치할 것을 각 시도교육청에 당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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