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의 일본 전범기업 투자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국민연금이 또 다시 일본 전범기업 투자’로 뭇매를 맞고 있다. 매년 국감 때마다 비판이 쏟아져왔지만 뾰족한 개선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 측은 명확한 투자 가이드라인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정서 역행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전범기업 71곳 투자 평가액↑… 지난해만 1조1,943억 

일본 전범기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범죄 행위에 적극 가담하거나 한국인을 강제 징용해 막대한 이익을 올린 기업을 일컫는다. 2012년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는 강제 동원에 관여했던 일본기업 1,493개사를 조사해 299곳의 ‘일본 전범기업 명단’을 발표했다. ‘군함도’라 불리는 일본 하시마섬에 10만 명 이상의 한국인을 강제 동원한 미쓰비시도 대표적인 전범기업으로 꼽힌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기업 일부에는 우리나라 국민의 ‘노후자금’이 투입돼 있다. 바로 국민연금 운용 자금이다. 이 사실은 이미 수년전에 공개돼 논란이 돼왔으며, 매년 국감 때마다 단골 이슈가 되기도 했다. 올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 현황이 공개됐다.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일본 전범기업 투자 평가금액은 지난해 기준 1조1,943억 원에 달한다. 투자 기업은 총 71곳에 달한다.  이 같은 투자 평가 금액은 2011년 2,005억원, 2012년 3,790억원, 2013년 6,008억원, 2014년 7,646억원, 2015년 9,315억원 순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여 왔다. 구체적인 투자금액이나 증가폭은 확인하기 어렵지만, 평가금액이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꾸준한 투자가 이어져온 점은 확실하다.

이 같은 투자를 바라보는 여론은 썩 곱지 못한다. 수익성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국민의 정서와 반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는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계속돼왔다. 최근 국민연금의 사회적 책임 투자에 대한 중요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 같은 비판은 더욱 높아졌다.

◇ 투자 제한 가이드라인 없어… 국민연금 ‘딜레마’ 

하지만 국민연금은 뭇매를 맞으면서도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투자 원칙상, 이를 제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이유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일본 전범기업 투자는 개별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기업 투자는 벤치마크라는 기준에 따라서 이뤄진다. 또 투자 규정상 글로벌 주식에 분산투자를 하게 돼 있다. (특정 나라별로) 편차가 심할 경우 투자 원칙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투자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나 정책적 개정이 있기 전에는 투자를 임의적으로 제한하기 어렵다”며 “현재 정책단이나 국회에서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작업이 마냥 녹록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일본 전범 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개정안이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에 의해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통과는 안개 속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사회적 투자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도 7월에야 연구 용역이 발주됐다. 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도 아직까지 공석 상태다. 조만간 인선이 확정된다고 해도 안정화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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