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룩스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박종전 바른정당 송파을 당협위원장(왼쪽)과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조명업체 필룩스는 조금 특별한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2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는데, 모두 정치인이다.

먼저 거물급 원로 정치인인 정대철 상임고문은 지난 10월 필룩스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1977년 정계에 입문한 이래 5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민주당 계열의 핵심인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는 국민의당 상임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또 한 명의 사외이사는 박종진 전 MBN 앵커다. 그는 지난 7월 ‘인재영입 1호’라는 타이틀을 달고 바른정당에 입당해 송파을 당협위원장에 임명됐다. 박종진 사외이사는 지난해 3월 필룩스 사외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이처럼 필룩스의 사외이사는 모두 정치인이다. 현역의원은 아니고, 각자 속한 당과 정치적 위상은 다르지만 정치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특히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인물들이다.

하지만 사외이사로서 이들의 행보는 낙제점에 가깝다. 필룩스 반기보고서를 보면, 정대철 사외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은 5%에 불과하다. 1월부터 6월까지 20회차의 이사회 중 단 1번만 참석했다. 박종진 사외이사는 이보다 조금 낫지만 역시 30%로 저조한 편이다.

필룩스는 지난 3월 제34기 정기주주총회 자리에서 정대철 사외이사가 임직원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사진까지 배포한 바 있다. 바로 이날이 정대철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참석한 유일한 날이었다.

두 사람이 모두 불참한 이사회 안건으로는 금전대여, 현금배당, 3자배정 유상증자 배정대상자 변경 등이 있었다.

우리나라에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90년대 말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다. 당시 IMF가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 사외이사 제도 도입을 추천했다.

사외이사의 기본적인 역할은 경영진과 최대주주를 견제·감시하고, 일반 주주들의 권익을 지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사회에 참석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필룩스의 두 사외이사는 가장 기본적인 역할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모범이 돼야할 이들이기에 이 같은 행보는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이처럼 불성실한 활동을 하고 두 사람이 받는 보수는 분기당 450만원으로 추정된다. 상반기까지 두 사람에게 총 1,800만원의 보수가 지급됐다.

이와 관련해 <시사위크>는 필룩스 측의 입장 및 계획을 확인하고자 했으나, 담당자가 부재중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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