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LG전자 OLED TV의 번인현상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영상을 게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삼성전자 유튜브 채널>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삼성전자가 자사 QLED TV와 LG전자의 OLED TV의 노골적인 비교 광고를 공개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영상을 본 고객들이 일부 뛰어난 점이 있다고 해도, OLED보다 QLED가 더 좋은 건 아니라고 지적한 것.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TV시장에서 줄어든 입지를 만회하기 위해 악수를 뒀다는 해석이다.

◇ 삼성전자 OLED ‘번인’ 지적에 네티즌들 비난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 자사 유튜브 채널에 ‘(QLED vs OLED: The 12-Hour Image Retention Test’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여기엔 LG전자의 OLED TV와 자사의 QLED TV를 한 자리에 모아놓고, 12시간 동안 게임을 돌린 후 화면을 비교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즉, 유기물 기반의 OLED TV에 정지영상을 장시간 표시할 경우, 화면에 잔상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영상의 말미엔 게임이 종료된 후 OLED TV에 남은 잔상을 확대시키는 장면, 그리고 ‘QLED에선 12시간의 테스트에도 잔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문구가 나온다.

하지만 영상이 공개된 지 1달가량 지났지만, 대부분의 네티즌들이 삼성전자를 비난해 눈길을 끈다.

자신들이 구매한 OLED TV는 저런 현상을 보이지 않았고, 잔상현상이 발생했다 해도 일시적이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일부 네티즌들은 “진짜 QLED를 내놓고 OLED와 비교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원래 QLED TV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는 자발광 TV를 의미하는데, 삼성전자의 QLED TV는 퀀텀닷 소재가 가미된 LCD TV에 불과하다는 뜻에서다.

삼성전자가 세트마련 및 자사 게임단까지 동원해 영상 제작에 공을 들였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는 셈이다. 이는 비교·비방광고에 대한 광고업계의 통설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예전과 다르게 정보에 빠른데, 경쟁사 대비 확실히 우위에 있지 않다면 비교·비방광고는 독으로 돌아올 수 있다.

실제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올해 초 60인치 이상 TV제품을 상대로 매긴 평점에 따르면, LG전자와 소니의 OLED TV는 82~88점을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 QLED는 79~80점을 받았다.

12시간 게임 후 OLED와 QLED TV의 화면비교.<삼성전자 유튜브>

◇ 프리미엄 시장서 밀린 삼성전자, 위기감 느꼈나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TV시장에서 위상회복을 위해 OLED의 발목잡기에 나섰지만, 결국 패착이 됐다는 해석이다. 최근 글로벌 프리미엄 TV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고객들이 기존 LCD TV와 유리 한 장 두께의 OLED TV를 대면했을때, 어떤 걸 고급제품으로 인식할 지 명확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글로벌 프리미엄 TV시장(2,500달러 이상)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15년 54.7%에서 올해 2분기 17%로 추락했다. 반면 OLED 진영에 속한 LG전자와 소니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각각 21.3%, 14.3%에서 33.5%, 37.7%로 증가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만 노렸던 삼성전자의 비방광고가 (TV시장의) 타 회사를 향했다는 건, 그만큼 조급함을 느끼는 반증”이라며 “그래도 이런 식의 비교는 대기업답지 않은 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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