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개입, 블랙리스트 작성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해 조만간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친이계가 부글부글 끊고 있다. 현정부에서 추진하는 적폐청산 경계가 박근혜 정부를 넘어 이명박 정부까지 확대되고 있는데 대한 불만이다. 이들은 복수의 매체를 통해 “해도 해도 너무한 게 아니냐”며 분개했고,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며 비장한 각오를 나타냈다. 실제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시기와 그 방법에 대해선 내부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메시지는 이미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정치보복’이다.

◇ 공천학살 이후 쇠락의 길… 검찰 수사로 각자도생

관건은 화력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의원의 사례만으로도 친이계가 예전만치 못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선택이 MB의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반발하며 “부부싸움 끝에 권양숙 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다가 유족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막말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여권에서 ‘계산된 행동’으로 의심을 가질 만큼 정진석 의원이 불러온 파장은 컸다. 하지만 친이계에서 보복 프레임을 끌고 나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실제 친이계는 19대와 20대 총선을 거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18대 총선에서 이른바 ‘친박계 공천학살’을 자행한데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른 셈이다. 보복 공천으로 낙천 사례가 속출했다. MB의 서울시장 시절부터 보좌했던 핵심 조해진·강승규 전 의원의 경우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뿐만 아니다. 최측근으로 불리는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공천을 받지 못했다. 친이계 좌장 이재오 전 의원마저 공천에서 떨어지자 정치권에선 ‘몰살 위기’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현재 배지를 유지한 친이계 인사는 자유한국당 심재철·권성동·정진석·이군현 의원,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김영우 최고위원을 비롯해 정병국·김용태 의원 등이다. 한때 최대 계파를 자랑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두 정당으로 양분돼 힘을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은데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상당수가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정진석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족으로부터 고소를 당한데 앞서 권성동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이군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친이계는 한때 최대 계파로 군림했으나 공천학살 이후 사실상 쇠락의 길을 걸었다. 상왕정치 논란까지 불러왔던 이상득 전 의원도 현실정치에서 완전히 빗겨 섰다. <뉴시스>

친이계의 버팀목이었던 이상득 전 의원은 현실정치에서 빗겨 서 있다. MB의 친형으로, ‘영일대군’으로 불리며 ‘상왕정치’ 논란까지 샀던 그다. 하지만 당장 자신의 앞날이 더 걱정이다. 포스코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13일 징역 7년을 구형받았다. 이상득 전 의원은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저축은행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수감생활을 하면서 왼쪽 눈을 실명했고, 오른쪽 눈도 사람을 겨우 알아볼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 “남은 생이나마 조용히 기도하며 보낼 수 있는” 게 그의 유일한 소망이다.

MB로선 현 상황이 달갑지 않다. 측근들도 전면에 나서기보단 때를 기다리는 눈치다.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사실관계가 명확해질 때까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다만 이재오 전 의원이 MB를 대변하고 나섰다. 그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통령이 할일 없어서 남의 사생활이나 간섭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면서 “적폐가 있으면 있는 대로 도려내면 되지 이것을 바람몰이, 산양몰이 하듯 매일 여권에서 수사하고 잡아가라고 하면 검찰이 없는 적폐라도 만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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