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약품과 삼진제약은 제약업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외이사를 보유 중이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약품과 삼진제약이 제약업계에서 가장 오래된 ‘장수 사외이사’를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사외이사 제도가 처음 도입된 시기부터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랜 기간만큼, 사외이사로서의 기능이 퇴색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대약품은 현재 3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그 중 함천수 사외이사는 1999년 2월부터 18년째 재직 중이다.

삼진제약은 2명의 사외이사 중 최영욱 사외이사가 19년 넘게 재직하고 있다. 삼진제약은 지난해 말까지 2명의 사외이사 모두 1990년대 후반부터 함께 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 중 1명이 사망하면서 올해 새로운 사외이사를 선임한 바 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현대약품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8년이 채 안 된다. 함천수 사외이사는 그보다 2배가 넘는 기간 동안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최영욱 사외이사 역시 직원 평균 근속연수의 2배에 육박하는 재직기간을 자랑한다.

두 사람이 처음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은 우리나라에 사외이사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90년대 후반이다. ‘살아있는 화석’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계기는 금융위기였다. IMF가 국내 기업들의 경영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외이사 제도 도입을 추천했다.

사외이사의 역할은 최대주주 오너일가 및 경영진을 견제·감시하고,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다. 따라서 독립성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외이사 제도는 유명무실한 수준에 머물렀다. 최대주주 및 경영진의 지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거나, 전관예우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거수기’ 역할을 하며 장기간 재직하는 사외이사도 상당수였다. 사외이사가 장기간 같은 기업에 재직할 경우, 최대주주 및 경영진과 유착관계가 생길 수 있고 그만큼 견제와 감시의 기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됐다. 국민연금은 재직기간이 10년을 넘는 사외이사를 반대하는 의결권 지침을 만들었고, 대다수 기업들은 장수 사외이사를 교체했다. 제약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는 재직기간이 10년을 넘는 사외이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현대약품과 삼진제약 만큼은 구시대적 사외이사 문화를 답습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안상희 연구위원은 “사외이사는 전문가로서의 자문 역할도 필요하지만, 경영진에 대한 견제의 기능도 중요한 한 축”이라며 “재직기간이 18년, 19년에 이를 경우 견제의 기능이 퇴색되고 독립적 입장에서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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