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소현 기자] LS그룹이 원전기금에 대한 출연 계획을 구체화했다. LS그룹은 지난 26일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 측에 공문을 보내 ‘올해부터 매년 50억씩, 최대 10년 이내에 총 1,000억원 규모의 원전안전기금을 출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간 관련부처와의 이견으로 지지부진하던 원전기금 출연 문제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 “원전비리 책임, 1000억 출연”… 3년만에 이행 실현 

논란은 지난 2013년 여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S그룹 자회사인 JS전선 임직원들이 부품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원전케이블을 납품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이 회사의 케이블은 2008년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 2010년 신고리 3·4호기에 납품됐다. 당시 사건은 ‘원전비리’로 명명되며, 원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고조시키는데 영향을 끼쳤다.

논란에 대한 그룹 측의 조치는 빨랐다. LS그룹은 원전케이블 납품비리에 대해 “국민에게 원전 안전에 대한 불신을 야기한 것을 속죄하는 심정”이라며 3가지 대책을 내놨다. △JS전선 사업정리 △원전안전 및 관련 연구개발 지원금 1,000억원 출연 △국가 원전사업 발전을 위한 노력 지속 등이다.

이후 LS그룹은 JS전선의 모든 사업을 정리하고 관련자들을 경질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원전 안전을 위해 출연하겠다던 1,000억원의 출연금 약속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당시 LS그룹은 1,000억원 출연금을 통해 원전의 안전과 관련된 연구개발 활동 지원, 원전 평가·검증기관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기술 인력 양성, 설비 지원 등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3년 넘게 지지부진하던 원전기금 출연 문제는 최근에야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매년 50억씩, 최대 10년 이내에 총 1,000억원 규모의 원전안전기금을 출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김경진, 이찬열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6일 LS그룹은 최대 10년 이내 1,000억원 규모의 원전안전기금을 출연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제출했다. 그룹 측은 올해부터 매년 50억원 이상의 원전안전기금을 출연하고, 최대 10년 이내에 총 1,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LS그룹은 공문을 통해 “대내외 원전 관련 정책변화와 당사의 경영환경 등의 사유로 원전안전기금 출연의 구체적 실행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원전 안전 및 관련 연구·개발 활동에 기여하기 위한 원전안전기금 출연을 실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LS그룹 측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출연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안팎 상황으로 인해 지연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LS그룹 관계자는 “원전기금을 출연하겠다는 의사에는 변함이 없었다”며 “관계기관(원자력안전위원회)이 민간기업으로부터 기금을 받을 수 있는 법 조항이 없어 2015년 5월 법 개정이 이뤄졌고, 이후 어려운 경영여건에서도 의지를 갖고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100억(현금 30억과 현물 70억)을 우선 출연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세부방식에 대한 입장차로 인해 진행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LS그룹은 그러나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의 장본인인 최순실 씨의 미르·K스포츠재단에는 16억원가량을 출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LS그룹 측 관계자는 “그것은 문화융성 취지에 공감해 진행한 것일 뿐”이라고 답변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원전비리 파문이 터진 2013년 말, 경기도 안양 사옥에서 열린 그룹 출범 10주년 행사에서 “그룹이 출범한 지 10년이 되는 현재 이토록 참담하고 부끄러운 날은 없을 것”이라며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해 1월 대한상의 신년인사회에서는 “잘못한 부분은 이렇게 반성하지 않으면 시장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뢰’는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생긴다. 뒤늦게 약속 이행계획을 내놓은 것은 진정성을 의심받기 쉽다. 구자열 회장이 LS그룹을 묶고 있는 ‘불량 원전케이블’ 족쇄를 풀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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