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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필 '에세이'] H에게-트럼프 대통령과 욕설… ‘말의 품격’을 생각할 때
필자: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시사위크]  “Wouldn’ you love to see one of these NFL owners when 
somebody disrespects our flag to say, “Get that son of a b**** off the field right now. Out. He’s fired. He’s fired!” 
웬 영어냐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에 한 선거 유세에서 미국프로풋볼(NFL) 일부 선수들에게 "개자식(son of a bitch)"이라는 욕을 했다는 뉴스를 듣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미국 신문을 찾아본 거야. 트럼프가 아무리 무식한 떠버리(ignorant blowhard)라지만, 그래도 세계 최강의 대통령인데 그런 욕설을 공개석상에서 했다는 게 쉬이 믿기지 않았거든.

"여러분, NFL 구단주들이 우리 국기를 존경하지 않는 선수에게 '저런 개자식을 당장 끌어내. 넌 해고야'라고 말하는 걸 보고 싶지 않습니까?" 아무리 정치인이라고 하지만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라는 사람의 입에서 계속 터져 나오는 저런 욕설과 폭력적인 말들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당황스러워지네. 그러면서 걱정도 하지. 우리 정치인들 중에는 트럼프의 저런 몰상식한 욕설과 행동도 ‘아름다운 나라’미국(美國) 대통령이 한다고 무조건 따라서 하는 바보들이 있으니까.

되돌아보면, 우리 어렸을 때는 친구들끼리 욕도 많이 했던 것 같네.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형들 따라서 했던 욕설들이 많았어. 팔도 젊은이들이 모이는 군대에서는 지금 기억하기도 힘든 별의별 욕설들을 상급자로부터 자주 들었고. 하지만 철이 좀 들면서 욕설을 입에 담아서는 안 된다는 걸 스스로 알게 되었지. 욕설이 듣는 사람의 기분을 나쁘게 하고, 욕하는 사람 자신의 마음까지 상하게 한다는 걸 많은 경험을 통해 스스로 깨닫게 된 거야. 말의 품격이라는 것도 알게 되고, 내가 자주 쓰는 말이 내 자신을 바꾼다는 것도 배웠지. 이해인 수녀의 <나를 키우는 말>이라는 시일세.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해서/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이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시인은 “행복하다”고 말하면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면 심성이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면 마음이 환해진다고 하네. 맞는 말이야. “행복하다”, “고맙다”, “아름답다”는 말들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네. 말이 마음을 변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지. 그래서 시인도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라고 강조하는 거고.

반면에 부정적인 말이나 욕설을 자주 입에 올리는 사람들은 심성이 거세질 뿐만 아니라 마음이 어두워지고 우울해질 수밖에 없네. 남이 듣기 싫은 말을 시시덕거리는 사람들의 정신과 영혼이 건강할 리가 없지. ‘불행하다’, ‘밉다’, ‘추하다’ 같은 부정적인 말이나 남을 헐뜯는 말과 욕설은 듣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까지 피폐하게 만든다는 걸 잊지 말게. 그래서 <법구경>에서도 거칠고 성낸 말을 사용하지 말라고 경계하지. “거친 말을 쓰지 말라. 그것은 반드시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성낸 말은 고통이다. 보복의 채찍이 너의 몸에 이를 것이다.”

며칠 있으면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일세. 예전 같지는 않지만 아직도 명절이면 많은 일가친척들이 모이는 집들이 많네. 그러면 자연스럽게 많은 말들이 오가게 되지. 이번 추석에는 많은 집에서 웃음소리만 들렸으면 좋겠네. 오랜만에 보는 피붙이들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이나 행동은 자제하고 말일세. 몇 년 전에 읽은 교황의 말이 생각나는구먼. “무슨 일에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고귀한 영혼에서 피어난 꽃과 같은 존재이다.”명절이면 함께 할 수 있는 가까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를 감사해 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네.

시사위크  sisaweek@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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