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F리테일이 한상대 전 검찰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지난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한상대 전 검찰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하지만 현재 정치적 상황은 물론, 홍석조 회장과의 관계로 인해 불편한 시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은 사외이사의 기본이자 핵심 요건인 ‘독립성’부터 물음표가 붙는다.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은 검찰 출신이다. 사시 18회인 그는 광주고검장까지 지낸 뒤 2006년 검사 옷을 벗었다. 검찰총장 후보로까지 여겨지던 인물이었으나, 이른바 ‘삼성 X파일 사건’에 발목을 잡혔다. 당시 공개된 도청파일엔 홍석조 회장이 삼성의 ‘떡값’을 후배 검사들에게 전달하는 전달책 역할을 한 정황이 담겨있었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은 이런 홍석조 회장의 ‘검사 후배’다. 사시 23회로 검찰 최고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한상대 전 검찰총장의 마지막도 순탄치 않았다. 2011년 8월 취임해 2012년 12월까지 1년 반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중수부 폐지 등 정부의 검찰개혁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사상 초유의 ‘검사 집단 반발’에 부딪혔고, 명예롭지 않게 떠나야했다.

이처럼 두 사람은 검찰에서도 핵심적인 인물이었을 뿐 아니라, 명예롭게 퇴진하지 못했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의 돈독한 관계는 지난해 홍석조 회장이 아버지의 이름을 따 설립한 홍진기법률연구재단에서 확인된다. 이사 7자리 중 하나를 한상대 전 검찰총장에게 준 것이다.

문제는 이런 관계에서 사외이사로서의 제 역할이 가능할지 여부다. 사외이사는 전문성이나 경력도 중요하지만, 최대주주 오너일가 및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시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최대주주 겸 회장이 설립한 재단에서 이사를 맡고 있는 이에게 사외이사로서의 감시 및 견제의 역할을 기대하긴 어렵다.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의 검사 시절 모습. 그는 광주고검장까지 지낸 뒤 논란 속에 물러난 바 있다. <뉴시스>

◇ MB정권서 “좌파 척결” 외치던 ‘단명’ 검찰총장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도 BGF리테일의 선택은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현 정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촉발한 탄핵 사태 이후 탄생했으며, ‘적폐청산’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정권 출범 초기인 요즘은 힘이 가장 강력할 때다.

특히 최근 정치권의 화두는 박근혜 정권을 넘어 이명박 정권을 향하고 있다. 국정원 댓글, 블랙리스트 등 불법적인 ‘좌파 탄압’ 증거가 속속 드러나 논란이 커지는 중이다.

이명박 정권 시절 검찰 수장 자리에 오른 한상대 전 검찰총장은 취임 일성으로 ‘종북좌파’와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이후 강정마을 사태에 대한 강경 대응과 왕재산 간첩단 사건, 곽노현 전 교육감 구속 등 공안정국이 이어졌다.

퇴임 이후에는 한 보수단체 세미나에서 “검찰총장 재직 당시 종북 활동 전력이 있는 검사들을 찾아 사퇴시키고 징계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그는 “검사 1,900여명을 모두 스크린한 결과 종북주의를 신봉하는 검사는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종북활동을 하다 검찰로 들어온 검사를 찾아내 남자 검사는 사퇴시켰고 여자 검사는 징계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정치적 화두로 떠오른 이명박 정권의 ‘좌파 탄압’ 논란과 맥이 닿는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시점에 대척점에 있는 과거 정권 주요 인사를 사외이사로 기용하는 것은 상당히 눈에 띄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자칫 기업의 활동이나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에 대해 BGF리테일 측은 “한상대 사외이사는 회사의 정책과 방향성을 정하는데 있어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 생각된다”며 “또한 주주로부터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