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국내에서 판매되는 생리대와 기저귀의 안전성에 문제는 없다.” 최근 몇 달간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생리대 안전성 문제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위해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0종에 대한 전수조사와 위해평가 결과다. 식약처의 이번 발표로 사회를 뒤흔들었던 생리대 사태는 일단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남은 숙제가 만만찮다.

이동희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이 28일 오전 충북 오송 식약처에서 시중 유통 중인 생리대에 존재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0종에 대한 전수조사와 위해평가 결과, VOCs 검출량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낮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 수개월 난리 끝에… “시중 생리대·기저귀 인체에 무해한 수준”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 중인 1회용 생리대 및 기저귀에 대한 유해성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1차 조사대상은 국내 제조뿐만 아니라 수입 생리대와 팬티라이너 등 시판 중인 사실상 모든 생리대와 아이용 기저귀 666개 품목이다. 인체에 가장 위해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0종에 대해 우선 조사가 이뤄졌다.

식약처는 “조사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생리대안전검증위원회’와 공식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검증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생리대안전검증위원회는 의료·분석·위해평가·소통전문가로 구성됐다.

이날 식약처가 내린 결론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이동희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충북 오송에서 ‘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1차 위해 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시중 유통 중인 생리대뿐만 아니라 기저귀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몸무게 43kg 여성이 생리대를 하루 7.5개씩 한 달에 일주일씩 평생을 사용하더라도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이번 발표는 지난 3월 일회용 생리대 인체 유해성 논란이 처음 제기된 지 반년, 릴리안 생리대가 도마에 오른 지는 약 한 달여 만이다.

◇ ‘안전하다’는 식약처 발표… 믿어도 될까

“안전하다”는 식약처 발표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불안감이 높다. 생리불순 등의 증상이 생리대의 어떤 성분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못해서다. 역학조사 결과가 포함되지 않은 만큼 섣부른 발표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여성단체들은 오는 10월로 예정된 국회 국정감사에서 생리대의 유해성을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 행동네트워크’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공동행동 출범식’을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아직까지 생리대의 유해성 규명이나 안전대책 마련 등 어느 것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여성환경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공동행동 출범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경향신문은 29일자 보도를 통해 식약처의 이번 조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10종의 휘발성유기화합물 가운데 일부는 생식과 관계없는, 간 등의 장기에 관한 독성 참고치 기준으로 평가했다는 지적이다.

매체는 “이번 조사대상인 에틸벤젠, 스티렌 등 VOCs 10종의 EPA 독성자료를 확인해 보니 ‘생식독성자료’가 없는 물질이 여럿이었다”며 “생리대안전검증위원회에 참여한 전문가에게 확인해 보니 식약처가 기준으로 삼은 독성 참고치 일부는 사용자들이 호소해온 생리량 감소, 생리주기 변화, 자궁질환 등과 직접 연관이 있는 ‘생식독성 참고치’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기준이 없어서 불가피하게 간 등의 독성 영향만 반영했다면 ‘안전하다’는 결론은 성급한 것일 수 있다”며, “생식독성자료가 없는 물질은 어떤 장기에 관한 독성 참고치로 평가했는지 식약처가 이를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는 임종한 인하대 교수의 인터뷰를 실었다.

식약처는 반박에 나섰다. “이번 위해평가에 적용한 휘발성유기화합물 독성참고치는 생식독성시험자료를 포함한 모든 독성자료를 검토해 설정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독성참고치는 생식독성, 간독성, 신장독성 등 독성반응이 발생하는 장기와 상관없이 독성반응을 유발하는 가장 낮은 용량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방법이며, 생리대안전검증위원회도 식약처의 독성참고치 설정 방법 등을 면밀히 검토해 타당성을 인정했다”고도 덧붙였다.

◇ 애먼 직격탄 맞은 깨끗한나라… 결국 피해는 소비자의 몫

식약처가 이번 사태에 대해 “문제없다”는 것으로 결론내리면서 시선은 ‘깨끗한나라 릴리안’을 향하고 있다. 결과론적으로 이번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곳이기 때문이다. 깨끗한나라는 생리대 위해성 논란이 일어난 후, 유일하게 업체명이 공개돼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판매는 물론 생산을 중단하고 환불까지 진행했다. 생리대 제조기업 중 유일하다. 이로 인한 피해규모는 수백억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생리대 안전성 논란이 ‘중소기업을 죽이기 위한 마녀사냥’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된 바 있다.

깨끗한나라는 식약처 발표 이후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식약처 실험으로 당사 제품의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됐다”면서 “한 시민단체와 대학교수가 필요 이상의 자극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해 소비자들의 불안과 혼란을 야기 시킨 데 대해 다시 한 번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깨끗한나라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릴리안 사용에 따른 피해를 주장하는 소비자들과의 소송이 남아 있다. 업체명을 직접 거론한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를 상대로 고소장도 접수한 상태다. 신뢰 및 브랜드인지도 회복과 함께 긴 법정 싸움이라는 과제까지 남아있는 셈이다.

식약처가 시중에 판매중인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논란에 대해 1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식약처는 28일 “시중 유통 중인 생리대뿐만 아니라 기저귀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대형마트에 진열된 생리대. <뉴시스>

여성시민단체가 생리대의 유해성 문제를 제기한 자체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다만 이 단체가 문제를 제기한 절차와 방식 등 과정에 대해선 여전히 뒷말이 많다. 여기에 정부의 안일한 대응은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는데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그동안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탓에 “안전하다”는 결과 발표에도 소비자들의 불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소비자로, 이는 향후 식약처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식약처는 이번 조사가 휘발성 유기화합물 중 가장 위해한 10가지에 대해서만 이뤄진 만큼 나머지 74종에 대한 조사도 연말까지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식약처는 또, 여성질환과 생리대 사이의 전반적인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역학조사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불안 해소를 위해 생리대 안전관리 강화 방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