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보조금 상한제가 지난 1일부로 폐지됐지만, 이통시장은 아직 잠잠하다. 사진은 지난 1일 보조금이 최대 34만5,000원(대리점 추가지급 제외)까지 오른 KT 갤럭시J7(2017).< KT 홈페이지>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단통법 상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가 이달 1일부로 폐지됐지만, 이통사들의 보조금 정책엔 큰 변화가 없었다. 기존 상한보다 높게 책정한 건 이통3사 중 KT뿐으로, 이마저도 중저가폰 한 기종에 그쳤다. 업계에선 이통사들이 눈치보기에 돌입했다는 시각이다. 특히 추석연휴 이후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에 ‘이통3사 및 제조사 CEO’들의 출석요구가 예정된 만큼, 이통사들이 한동안 숨고르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눈치보기 돌입한 이통3사

2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 이후 이통3사의 공시지원금 변동 건은 총 5건으로 확인됐다. 그 중 공시지원금이 기존 상한선인 33만원을 넘어선 것은 KT의 갤럭시J7(2017)모델 한 건에 불과했다.

지난 2014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과 함께 한시적으로 도입된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가 이달부터 효력을 상실함에 따라 보조금이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외로 잠잠한 것.

업계에선 이에 대해 이통사들이 공시지원금을 올리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한다. 현행 단통법 상 ‘보조금 상한제’는 사라졌지만, ‘공시지원금을 공개하고 차별 없이 지원해야 한다’는 규정은 여전히 남아있다. 보조금을 올릴 경우 경쟁사들도 동일 수준으로 지원할 게 뻔한데, ‘제살 깎아먹기 경쟁은 피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시지원금은 한번 변경하면 일주일간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경쟁억제 요인으로 작용한다. 후발주자가 좀 더 좋은 조건을 내걸 경우, 먼저 보조금을 올린 이통사는 최장 일주일간 대응수단 없이 일방적으로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원금을 공식적으로 인상하면 계속 지원해야 한다”며 “그걸 손대기보다 (불법이지만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스팟 정책으로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 추석연휴 이후 ‘국정감사’… 한동안 ‘대란’ 터지긴 힘들 것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추석연휴 마지막 기간인 오는 9일 경 ‘보조금 대란’을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업계에선 현재 상황 상 당분간 불법보조금 경쟁은 없을 것으로 예상 중이다. 단통법상 불법행위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12일 열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고가 단말기 및 요금제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 업계의 주요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다. 여기엔 이통3사 CEO(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를 비롯해, 제조사 관계자(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최상규 LG전자 사장, 다니엘 디시코 애플코리아 대표) 등이 대거 포함됐다.

또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은 지난달 29일 소위 떳다방 판매·대리점의 처벌규정을 담은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떳다방은 고액의 불법보조금 지급을 미끼로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개설된 판매·대리점이지만, 그간 이통사의 사전 승낙이 없었다는 이유로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 이 법안의 특징은 관리 책임이 있는 이통사들도 사실상 이들의 영업을 묵인했다고 보고 처벌대상에 포함시킨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통업계와 정부는 국감부터 시작해서 이달 말 (통신비 인하를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등 계속 얼굴을 마주쳐야 한다”며 “지금 시점에서 (불법보조금 지급경쟁을 벌이기엔) 서로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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