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보수대통합'을 두고 각각 내홍을 겪고 있다. 한국당은 '바른정당 맞이'를 위해 전국 253개 당협위원장 전원 사퇴라는 초강수에, 바른정당은 통합과 자강 사이의 갈등을 두고 내홍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은 보수통합을 두고 고민하는 홍준표(사진 왼쪽) 한국당 대표, 주호영(사진 오른쪽) 바른정당 대표권한대행.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보수대통합’을 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한국당은 바른정당을 맞이 하기 위해 ‘당협위원장 전원 사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각 지역 당협위원장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바른정당도 통합·자강 노선을 두고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한국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직 재정비 차원에서 ‘전국 당협위원회 253개 지역위원장 전원 사퇴’를 검토하고 있다. 보수진영 통합 과정에서 기존 당협위원장과 바른정당 인사들간 ‘밥그릇 싸움’을 막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전체 253개 당협위원장 가운데 한국당을 탈당했다 복당한 의원 12명의 지역구가 갈등의 뇌관으로 부상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 초 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은 바른정당으로 분당하면서 발생한 사고당협(당협위원장이 공석인 지역) 60곳에 대해 당협위원장을 새로 공모해 선출했다. 하지만 이은재 의원을 시작으로 12명의 지역구 의원이 지난 5월 한국당으로 돌아오면서 새로 임명된 당협위원장들과 갈등이 발생했다.

경기·인천의 경우 현역인 안성 김학용, 안산 단원을 박순자 의원과 신임 당협위원장인 황은성 안성시장, 임이자 비례대표 국회의원 등이 지역구 관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부산지역 18개 당협 가운데 유일한 사고당협인 부산 사상구도 현재 지역구 현역의원인 장제원 의원이 당협위원장으로 복귀하기 위해 준비 중인 가운데 사상구의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과정에서 이 같은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당협위원장 전원 사퇴 후 재공모’라는 초강수를 제안했지만, 실제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사실상 지역구 물갈이가 진행될 경우 이미 지역구를 배정받은 현역 비례대표 의원과의 추가 갈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당협위원장 전원 사퇴’ 카드가 또 다른 갈등을 만드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른정당은 통합과 자강 사이에서 갈등이 수면위로 표출된 상황이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하는 이혜훈(사진 왼쪽) 전 대표, 김무성(사진 가운데) 고문, 하태경(사진 오른쪽) 의원. 김무성 고문은 당내 대표적인 통합론자로 꼽히며 이 전 대표와 하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자강론자로 분류된다. <뉴시스>

◇ 바른정당, 통합·자강 갈등에 ‘두쪽날 위기’

바른정당도 ‘보수통합’을 두고 한국당 못지 않게 내홍에 휩싸인 상태다. 한국당·바른정당 일부 3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오는 11일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서기로 하면서, 바른정당은 사실상 통합·자강파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진수희 최고위원은 지난달 28일 의원전체회의에서 보수통합 추진에 나서는 의원들을 겨냥해 “그렇게 한국당으로 가고 싶으면 개별적으로 넘어가시라. 거기에 ‘보수대통합이다’ 라는 아름다운 용어를 오염시키지 말고 자신들에게 올 비난을 물타기 위해 전체 당을 끌고가려는 행위는 하지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자강파로 분류되는 지상욱 의원도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과의 통합을 운운하는 것은 바른정당 탄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일부 의원들의 보수통합 추진 방침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한국당과의 통합추진에 불씨를 붙인 김영우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냥 기다리면 누가 자강을 해주나. 보수 스스로 통합이 되고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제대로 된 견제를 해야 될 것 아닌가”라며 통합 논의를 계속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한국당·바른정당 3선 의원 모임을 주축으로 보수우파 통합추진위 활동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 안팎에서는 자강파 의원들이 ‘보수통합’에 계속 반대할 경우 통합파 의원들만 한국당으로 복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5월 3일 의원 12명이 ‘보수 대선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며 한국당으로 개별 복당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 같은 한국당·바른정당의 복잡한 갈등을 두고 보수야권 핵심 관계자는 2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통합은 때가 있는데 지금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다른 시점에) 보수 대통합 출발점을 만들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양당이 감정싸움까지 하고 있는 마당에 지금 시점에서 손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통합의 때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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