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신세계 센텀시티몰 내 위치한 일렉트로마트의 피큐어존에서 방문객들이 피규어를 살표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키덜트(Kid와 Adult의 합성어) 시장이 연간 1조 규모로 성장하면서,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키덜트 족을 겨냥해 게임이나 피규어 등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매장을 개장하는가 하면, ‘아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피규어도 잇따라 선봬고 있다. 세계 비디오 게임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글로벌 게임사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앞 다퉈 복고 게임기 출시 소식을 전하면서 전 세계 키덜트들의 향수에 불을 지피고 있다.

◇ ‘포화상태’ 대형마트 신성장동력 

유통 업계에서 키덜트 모시기에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은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다. 이마트는 키덜트 가운데서도 ‘큰손’인 남성 고객들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한 전문 매장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5년 6월 첫 선을 보인 ‘일렉트로마트’는 전자 제품 외에도 건담 프로모델, RC카, 레고 등 키덜트족의 피를 끓게 만드는 제품들로 구색을 갖췄다. 특히 그간 시중에서 접하기 힘든 ‘핫토이’사의 피규어 실물을 보고 구매할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남성들의 놀이터’라는 수식을 얻은 일렉트로마트는 개점 2년 여 만에 전국 12개 매장으로 확대되면서, 그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이마트는 일렉트로마트를 포화 상태에 달한 마트 사업의 성장 동력으로 삼는 것과 동시에 자체 브랜드 경쟁력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해 경기도 판교에 첫 일렉트로마트 단독 매장을 꾸리기도 했다.

경쟁사인 롯데마트도 키덜트 마케팅이 한창이다. 미국의 장난감 전문점 ‘토이저러스’의 국내 사업권을 가진 롯데마트는 304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제품으로 성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국산 로봇의 자존심 ‘로보트 태권V’ 피규어 시리즈를 내놓고 본격적으로 키덜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로보트 태권V’ 패키지를 선보인 바 있는 롯데마트는 지난 2일에 그 후속작 격인 ‘THE 태권브이’ 피규어를 출시하고 고객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고 있다.

AK플라자도 키덜트족 사이에서 신흥 ‘성지’로 급부상 중이다. 최근 애경그룹은 수원 AK타운점의 키덜트 관련 면적을 기존 300m²에서 621m²로 2배 이상 늘렸다. 취급하는 브랜드도 건담베이스, 마블스토어 등을 포함해 4개에서 5개로 확대했다. 이는 키덜트존이 매장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애경에 따르면 수원 AK타운점의 지난해 키덜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가량 신장됐는데, 그 결과 쇼핑몰 전체 매출도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NES’부터 콘솔의 원조 ‘아타리’까지 출격 준비

국내 기업들만 키덜트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들어 세계 비디오 게임 시장을 주도하는 일본에서 과거 1980~90년대 돌풍을 일으킨 게임기 등 관련 콘텐츠가 잇따라 재출시 되고 있어 전 세계 ‘아재’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이전까지 콘솔 게임 시장을 주름잡았던 닌텐도의 최근 행보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닌텐도는 국내에서 ‘현대컴보이’로 알려진 고전 콘솔게임기 ‘NES’를 선봬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국내에서 1989년 현대전자를 통해 발매된 이 게임기는 한국에 비디오 게임 시장의 포문을 연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닌텐도는 NES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엔 ‘슈퍼패미콤’ 미니 버전까지 출시하며 복고 게임 열풍을 이어갔다.

일본과 함께 비디오 게임 양대산맥인 미국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초의 콘솔 게임기를 만든 ‘아타리’가 복고 행렬에 동참했다. 미국의 비디오 게임회사 아타리(Atari)는 1977년 출시된 ‘아타리 VCS’의 DNA가 담긴 ‘아타리박스(Ataribox)’를 내년 초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아타리 CEO 프레드 슈네는 “복고풍 부흥과 아타리의 새로운 시대 모두를 아우르는 일환으로 새 콘솔 개발을 진행했다”고 개발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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