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황금연휴 나흘째인 3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출국하는 인파들이 몰리면서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날 출국객을 10만5048명으로 집계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긴 연휴, 해외로 나가자”

무려 열흘에 달하는 황금연휴를 맞아 해외로 떠나려는 관광객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인천공항 출국장은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추석연휴 기간 최소 100만명 이상의 여행객이 해외로 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역대 명절 가운데 최대 규모다.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만큼 정작 ‘황금연휴’의 취지인 내수 진작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인천공항 역대 최대 인파… 내수활성화 효과는 ‘글쎄’

인천공항은 본격적인 추석연휴가 시작된 9월 30일(토)부터 연휴를 외국에서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시사위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9월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출국한 여행객은 11만4,746명에 달했다. 10월 1일 해외로 빠져나간 사람은 11만6,112명으로 집계됐다. 개항 이후 일일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종전 최다 기록인 지난 7월 30일(10만9,918명)을 뛰어넘었다. 공사 측은 이번 연휴 기간 동안, 하루 평균 17만8,000명(출·입국)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5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올해 추석연휴가 긴만큼 해외로 나가려는 여행객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연휴기간 출·입국 등 인천공항 총 이용자는 2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휴가 시작되자마자 몰려든 인파로 출국 보안검색과 출국 심사대기 등 대기열이 상당해 혼잡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여행·항공업계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번 추석 명절기간동안 판매된 항공권의 평균 예약률은 90% 수준에 달한다.

하지만 이번 황금연휴 기간, 대부분 해외여행으로 몰리면서 정작 내수 활성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 돈을 쓰는 만큼 국내에서는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 2일 발표한 가계 해외소비지출을 살펴보면 작년 하반기 15조1,905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5조원을 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15조962억원을 기록했다. 약 1년간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사용한 금액이 총 30조2,86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작년 하반기는 전년 동기대비 7.3% 늘었고 올해 상반기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9% 급증했다.

가계 해외소비지출은 내국인이 해외에서 소비한 음식, 숙박, 상품 구입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규모가 클수록 해외에서 씀씀이가 커졌다는 의미다. 저가항공 노선 확대와 명절이나 공휴일을 이용해 외국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소비도 덩달아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올해는 대체공휴일을 포함해 연휴가 증가하면서 해외 소비 지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한국은행은 보고 있다.

반면 명절연휴 직전 중소기업중앙회가 3,15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0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업황전망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가 81.7로 한 달 만에 10포인트나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항목별 조사에서 ‘내수판매전망’은 91.5에서 81.2로 급락했다. 사상 최장의 추석 연휴에 따른 생산 감소와 지속되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판매 감소 우려로 중소기업들이 10월 경기전망을 매우 어둡게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수 관광소비 지표가 던지는 메시지도 주목된다. 한국은행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지인 강원도의 경우, 올해 7~8월 동해안 해수욕장 방문객은 2,244만명 전년동기대비 8.7%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강원지역 5대 워터파크 입장객은 106만명, 강원지역 국립공원 탐방객은 95만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11.7%, 12% 줄었다.

정부 각 부처가 연휴 기간마다 국내 여행을 권고하고 내수 회복을 위해 발벗고 나서지만 효과는 미미한 실정인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수진작을 위해 이번 황금연휴와 맞물려 대규모 쇼핑행사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진행하고 있지만, 막을 올린 지 엿새가 지난 현재까지도 행사 열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열흘에 달하는 황금연휴가 내수진작에 어느정도 효과를 끼쳤는지는 최종 통계를 분석해봐야 알겠지만,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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