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등장 이후 10만원권 자기앞수표 사용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성 기자] 하얀색 수표를 꺼내 이름과 연락처를 적던 모습. 이제는 좀처럼 보기 힘들어진 풍경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10만원권 자기앞수표 결제 금액은 하루 평균 47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24% 감소한 수치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더 크다. 2007년엔 일평균 결제 금액이 4,000억원을 훌쩍 넘긴 바 있다. 10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10만원권 수표의 자리를 빼앗은 것은 신사임당, 5만원권이다. 2009년 5월 5만원권이 발생되기 시작하자, 10만원권 수표 사용이 가파른 감소세를 나타냈다. 반면, 5만원권은 제일 잘 나가는 지폐가 됐다. 지난 8월말 기준 16억3,300만장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지난 2월 1,000원권을 추월하더니 5월엔 1만원권까지 제쳤다.

이처럼 5만원권이 대세가 된 것은 편리함 때문이다. 예전에는 30만원을 지불하는 방법이 1만원권 30장이나 10만원권 수표 3장뿐이었다. 다만, 10만원권 수표는 이서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5만원권이 발행된 뒤에는 단 6장이면 30만원을 지불할 수 있게 됐다.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에 오고가는 용돈도 이제는 5만원권이 더 흔하다. 편하기도 하지만, 1만원권에 비해 고급스러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5만원권은 각종 비자금에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1만원권에 비해 부피가 5분의 1밖에 되지 않고, 쇼핑백 하나면 3억을 담을 수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5만원권의 환수율은 40.1%에 불과했다. 2014년엔 25.8%까지 떨어졌다. 1만원권의 2015년 환수율인 105.0%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발행된 5만원권 중 어딘가 숨어있는 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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