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인 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궁내동 서울톨게이트에서 본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의 귀성 차량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오전 8시 30분 기준으로 중부내륙고속도로 여주 분기점에서 감곡 나들목 사이 14.8㎞ 구간에서 정체·서행이 빚어지고 있지만 전체 정체·서행 구간 거리는 27.9㎞에 불과해 여느 주말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연휴만 되면 엄습하는 불안감 중 하나가 ‘교통체증’이다. 특히 명절의 경우, 귀성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탓에 고속도로 대부분 구간이 극심한 정체를 겪는다. 사실 이런 상황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추석명절은 유난히 정체가 심했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연휴기간이 열흘에 달하는데다 ‘사상 최대 규모’의 여행객이 해외로 나갔음에도 교통체증은 과거 명절보다 더 심각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과연 사실일까.

◇ 운전자는 “이런 경험 처음”…실제 서울방향 소요시간 전년대비 1시간 증가

“매년 명절마다 고향에 내려가는데, 이렇게 막히는 경우는 처음이다.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하더니, 사실이 맞는지 궁금할 정도다. 도로가 거의 주차장 수준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46) 씨는 이번 명절,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뵙기 위해 충남 부여에 다녀왔다. 부여까지 내려가는 시간은 2시간 반 정도 걸렸지만, 서울로 올라오는 길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추석 당일(4일)에 차례를 지내고 오전 10시에 출발했는데, 오후 5시가 넘어서 서울에 도착했다. 중간에 점심식사 시간 등 휴게시간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평소 귀경길 보다 2시간 가까이 더 소요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추석 당일인 10월 4일 하루에만 586만대의 차량이 고속도로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역대 최대 규모로, 가장 교통량이 많았던 명절인 지난해 추석(9월 15일) 534만8,000여명에 비해 51만대가 증가한 수치다.

교통체증을 경험한 상당수 취재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귀경길’, 즉 서울로 향하는 도로에서의 정체가 극심했다는 게 공통적인 목소리다.

<시사위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는 추석 당일인 4일 오전 10시 기준 부산에서 출발(요금소 기준)하면 서울까지 7시간30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지난해 추석 당일(2016년 9월 15일)엔 같은 시간 부산에서 출발할 경우 소요시간은 6시간40분으로 예상됐다. 올 추석의 경우, 전년 추석 당일에 비해 서울행 소요시간이 1시간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교통정체 절정을 보인 4일 오후 4시를 기준으로 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날 부산에서 서울까지 소요시간은 7시간 30분으로 예상됐으나, 지난해 추석인 9월 15일은 오후 4시 기준, 6시간40분으로 전망됐다.

한국도로공사의 이 같은 ‘소요시간’은 요금소(톨게이트) 기준이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정체를 감안하면 교통체증에 대한 체감은 훨씬 커진다.

민족 대 명절 추석인 4일 오후 전남 목포시 무안·광주고속도로에 성묘와 귀경차량들로 가득차 정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뉴시스>

물론 ‘민족대이동’으로 불릴 만큼, 명절은 상행이나 하행이나 교통정체가 사실상 불가피하다. 하지만 ‘사상 최대 교통량’을 기록한 올 추석 당일만큼은 서울로 올라오기까지 소요시간이 전년 대비 1시간 가량 더 소요된 것으로 확인됐다.

귀경길 정체가 극심했던 것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으로 보인다.

우선 취재 과정에서 만난 상당수 귀성·귀경객들은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10월3일~5일)’로 인해 차량이 몰렸다고 평가했다. 명절 연휴 3일 동안 통행료가 공짜다보니 평소보다 더 많은 차량이 쏟아져 나왔다는 얘기다. 한국도로공사 측도 이 부분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통행료 면제’가 고속도로 이용객 급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

통행료 면제 기간이 지난 7일 현재에도 극심한 정체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 현재 수도권 방향 고속도로 총 250㎞ 구간, 지방 방향 총 25㎞ 구간에서 정체를 빚고 있다. 공사 측은 이날 오후 4시 승용차로 부산(요금소 기준)에서 출발하면 서울까지 6시간10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긴 연휴에 귀성·귀경객을 비롯해 나들이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극심한 정체를 보였다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추석 당일 오전부터 서울방향 고속도로가 정체를 빚은 것은 고향에 내려간 귀성객들은 남은 연휴를 즐기기 최대한 빨리 서울로 올라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추석 당일인 4일은 이른 귀경객으로 서울방향은 오전 5시부터 정체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 한강주변 도로 역시 오전부터 거북이걸음이 이어졌다.

일각에선 기대심리에 따른 실망감도 교통정체 체감을 높이는데 한 몫 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무려 열흘에 달하는 긴 연휴로 인해 교통량이 분산될 것으로 기대한데다, 외국으로 떠난 이들이 많아 올 추석 고속도로 흐름이 앞선 명절보다 나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보기 좋기 빗나가면서 교통정체에 대한 피로도가 더 높았다는 것이다.

한 시민은 <시사위크>와의 만남에서 “연휴가 열흘에 달하는 만큼 차량소통이 수월할 것으로 기대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연휴가 열흘이든 한 달이든 추석은 정해져있고, 추석 앞뒤날 귀성·귀경객들이 한꺼번에 움직인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없는 것 같다. 명절은 ‘민족대이동’이라는 말이 진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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