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의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한 최순실 씨의 태블릿PC에 대해 조작설이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캠프 내 SNS팀에서 활동한 신혜원 씨가 해당 태블릿PC의 사용자가 자신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사용한 태블릿PC는 국정농단 사태의 결정적인 증거였다. 태블릿PC 안에는 외부로 유출할 수 없는 청와대 문서들이 수두룩했다. 일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문이다. 빨간펜으로 수정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최씨도 부인하지 않았다. 드레스덴 선언문을 적시하지 않았으나, 수정본을 당시 정호성 부속실 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 제동을 건 사람이 나타났다. 태블릿PC는 최씨가 아닌 자신이 사용했다는 것. 사태 발생 1년여 만에 새 국면을 맞았다.

◇ 왜 1년 만에… 박근혜 측, 신혜원 증인 신청 계획

신혜원 씨는 지난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JTBC가 최씨의 소유라고 밝힌 태블릿PC에 대해 “내가 사용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캠프 내 SNS팀에서 활동했다. 문제의 태블릿PC로 후보의 카카오톡 계정을 관리했다는 게 신씨의 주장이다. 그는 현재 친박 핵심 조원진 의원이 속한 대한애국당의 당원이다.

신씨의 고백은 여론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그만큼 의혹도 키웠다. 당장 고백 시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태블릿PC 보도 이후 1년여 동안 침묵을 지켜오다 왜 지금에서야 털어놨느냐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오는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일을 앞뒀다. 앞서 10일엔 추가 구속 연장에 대한 청문절차를 진행한다. 그는 “언론을 신뢰할 수 없었고 태블릿PC 안에 있는 내용에 대해서 확인할 방법이 없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확신이 든 것은 최근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검찰의 ‘태블릿PC 포렌식 보고서’를 확인하고서다. 서씨는 드레스덴 연설문을 거론하며 “GIF 그림 파일이라 원칙적으로 수정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JTBC 측은 “한글 파일로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했고, 이를 이미 보도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태블릿PC에서 한글문서를 미리보기할 경우, 그 흔적이 GIF 등 파일 형태로 저장된다는 검찰의 설명도 덧붙였다.

최순실 씨의 태블릿PC 관련 보도를 했던 JTBC는 신혜원 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태블릿PC를 개통한 것으로 알려진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도 “신씨가 주장하는 태블릿PC는 최씨에게 건네준 것과 다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JTBC 방송화면 캡처>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신씨의 주장대로라면, 그는 대선 직후에도 기밀 문서들을 받아봤다. 문서 중에는 비공개로 진행된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회담 참고 자료뿐만 아니라 우리 군이 북한 국방위원회와 3차례 비밀접촉이 있었다는 국방 자료도 있었다. 이외에도 신씨는 최씨와의 관계에 설명이 필요하다. 태블릿PC 안에 최씨가 운영했던 육영재단 유치원의 반박자료, 딸 정유라 씨의 본명 ‘유연’이라는 아이디로 작성된 유세문도 있다.

검찰은 서둘러 바람을 차단했다. 태블릿PC를 개통한 것으로 알려진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을 상대로 다시 한 번 사실 확인에 나선 것. 그는 검찰 측에 “신씨가 주장하는 태블릿PC는 최씨에게 건네준 것과 다르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한수 전 행정관은 검찰조사와 국정농단 재판에서 “두 대의 태블릿PC가 더 있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즉 신씨가 사용한 태블릿PC가 대선 캠프에서 쓰던 두 대 중 하나라는 얘기다.

다시 여론의 이목이 신씨에게 쏠리고 있다. 제기된 의혹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것. 마침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론을 맡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는 신씨를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유영하 변호사는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에서 이같이 밝히며 신씨의 진술서 사본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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