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여전히 수입담배를 구입할 수 없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서울에 사는 황현섭(24) 씨는 이번 추석 황금연휴에 고향인 포항을 다녀오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깜짝 놀랐다. 평소 자신이 피우던 수입담배를 팔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계산대에 줄이 긴 상황에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아무 국산담배나 사야했다. 황씨를 더욱 황당하게 했던 건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친척의 반응이었다. 휴게소에서 국산담배만 파는 것을 몰랐냐며 핀잔을 줬다.

황씨는 “어쩌다보니 휴게소에서 처음 담배를 사게 된 것 같은데, 왜 국산담배만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다들 당연하게 여긴다는 점이 더 황당했다”고 말했다.

◇ 한국도로공사, 공정위 ‘타깃’ 되나

현재 한국도로공사가 관리 중인 전국의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실제로 수입담배를 살 수 없다. 일부 순수 민간 휴게소에서만 수입담배를 판매한다. 수입담배에 대한 법적 제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꽤 오래전부터 관행처럼 이어져왔다. 과거에 비해 휴게소 시설과 문화가 많이 달라졌지만, 수입담배를 판매하지 않는 것만큼은 변하지 않고 있다.

수입담배 업계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 업계관계자는 “확실한 물증이 없을 뿐, 도로공사가 수입담배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고의적으로 배제시키고 있다는 심증이나 정황은 많은 부분에서 확인된다”며 “수입담배 판매를 원하던 휴게소 입점 편의점주가 이내 흐지부지되는 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수입담배 업체는 도로공사가 아닌 휴게소에 입점한 편의점주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편의점주는 도로공사와 임대계약을 맺고, 주기적으로 재계약을 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도로공사가 편의점주의 수입담배 판매를 교묘하게 막고 있다는 것이 수입담배 업계의 주장이다. 계약서상에 명시된 내용 등 구체적인 물증은 없지만, 약간의 회유 또는 언질만으로도 편의점주가 수입담배 판매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이 관계자는 “평소 수입담배를 피우시는 분들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왜 판매되지 않느냐며 우리에게 항의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우리로선 딱히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공정위가 적발을 해도 상황이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지 않느냐”라고 덧붙였다.

새롭게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삼고 있다. 이를 상징하는 것 중 하나가 김상조 공정위원장 임명 및 공정위의 적극적인 활동이다. 과거에 비해 공정위의 영향력이 훨씬 강화됐다.

이처럼 막강해진 공정위는 ‘재벌 개혁’과 ‘프랜차이즈 갑질’에 이어 ‘공기업 갑질’을 정조준하고 있다. 공기업이란 이유로 묵살됐던 각종 부정 및 부조리를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오랫동안 묵은 도로공사의 ‘수입담배 휴게소 장벽’ 문제가 공정위의 공기업 갑질 척결에 있어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도로공사 측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여전히 수입담배가 판매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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