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딸 친구 살해 시인… 범행동기는 여전히 ‘오리무중’

여중생 딸 친구 살해·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일명 '어금니 아빠' 이모 씨가 11일 오전 현장검증을 위해 서울 중랑구 사건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수진 기자] 도대체 ‘어금니 아빠’는 왜 딸의 친구를 살해한 걸까.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서울 여중생 살해사건’의 피의자 이씨는 뒤늦게 범행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왜’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대신 이씨를 둘러싼 추악한 진실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 딸의 진술에 무너진 ‘어금니 아빠’

“아빠가 친구(이하 A양)에게 전화를 해서 집으로 오라고 했고, 밖으로 나가 놀다 왔는데 집에 들어와 보니 친구가 죽어있었다”

서울 여중생 살해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씨의 딸은 아빠로부터 자신이 A양(14)을 죽였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딸의 진술에 이씨는 결국 무너졌다. 이씨는 “딸에게 미안하다”고 흐느끼며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살인 혐의로 5일 긴급체포된 지 닷새만이다.

경찰이 밝힌 사건 경위를 정리하면 이렇다.

이씨는 지난달 30일 이양에게 평소 안면이 있던 A양을 자택으로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이양은 “집에서 영화를 보자”고 A양을 유인, 집으로 불러들인 뒤 수면제를 탄 드링크를 먹게 해 잠들게 했다.

이후 이씨는 이양에게 “밖에 나가서 다른 친구들이랑 노래방 등에 가서 놀다오라”고 했다. 이양은 이날 오후 3시40분께 집을 나갔다. 약 4시간이 지난 오후 7시46분께 이씨도 집을 나갔다가 오후 8시14분께 이양을 데리고 귀가했다.

귀가한 이양은 아버지 이씨로부터 ‘내가 죽였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실제로 친구가 숨져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이씨 부녀는 숨진 A양의 시신을 담은 검정색 캐리어가방을 차량에 싣고 강원도 영월의 한 야산에 버렸다. 그리고 닷새 뒤인 5일, 이씨 부녀는 경찰에 의해 긴급체포됐고, 다음날인 6일 이씨가 지목한 장소에서 A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씨는 검거 당시 살인 등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사체유기’ 혐의에 대해서만 인정했다. 유력한 살해용의자였지만, 경찰은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었다.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이씨 딸이 진술하면서부터다. 이양은 체포 직전 이씨와 함께 수면제를 과다 복용한 탓에 의식이 없어 경찰 조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지만 10일 오후 “아빠로부터 ‘내가 죽였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면서 수사는 물꼬가 트였다.

여중생 딸 친구 살해· 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이모(가운데 모자쓴 인물) 씨에 대한 현장검증이 실시된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사건현장에서 이씨가 당시 상황을 재연한 후 경찰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이씨 주변으로 엄청난 취재진이 몰려들어 사회적 관심을 드러냈다. <뉴시스>

◇ 범행동기 여전히 ‘묵묵부답’… 전문가들 “성적학대 의심”

경찰은 이양의 진술을 토대로 이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고, 11일 현장검증에 나섰다.

다만 이씨가 왜 A양을 죽였는지에 대한 범행동기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를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범행 동기나 살해 방법 등에 대해서는 진술을 회피하고 있다. 11일 살인 현장검증에서도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전문가들은 이씨가 범행 동기를 숨겨야 할 만큼 윤리적·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미성년자 여자아이가 피해자였다는 사실로 볼 때 누구든지 딸의 여자친구이기만 하면 상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범행동기가 성적인 문제와 연관되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A양 발견당시 탈의 상태였다고 했다. 이씨는 A양의 옷을 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현재 A양의 옷을 찾고 있다. 성적학대 여부에 대해선 부검 결과가 나와 봐야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결국 A양이 수면 상태에서 깨어나 강하게 반항하자 목 졸라 살해했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며 “이를 자백하게 되면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비난과 부정적 여론에 직면해야 하니 차마 그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A양을 범행대상으로 삼은데 대해선 “아내와 친했던 아이라면 이씨 본인도 아이의 얼굴, 성격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의미”라며 “본인이 편하게 생각하고 본인의 취향에 맞는 아이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씨가 상식선을 벗어난 성 관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의혹은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씨 자택에서는 다량의 음란성 성인용품이 발견됐다. ‘양아오빠’라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매매를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생활방식, 태도 및 언행 등을 보면 왜곡된 성 의식과 성적 지향이 분명히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11일 오전 현장검증을 마친 경찰은 이씨를 중랑경서로 호송한 뒤 범행동기 등을 파악하기 위해 추가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씨의 딸인 이양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사체유기’ 등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이양은 범행 이전 아빠인 이씨와 미리 상의한 뒤 A양에게 수면제가 섞인 드링크제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수면제(드링크제)를 먹였다는 사실만으로 살해인지를 단정 짓기 어렵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살해에도 가담했는지 여부는 계속 조사할 방침이다. 이씨의 딸인 이양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씨는 10여 년 전부터 딸과 함께 얼굴 전체에 종양이 자라는 ‘거대 백악종’을 앓아 언론에 소개됐다. 몇 차례의 얼굴 수술로 치아 중 어금니만 남아 ‘어금니 아빠’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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