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공개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수정 흔적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박근혜 정부 국가위기관리 컨트롤 타워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었다는 점이 12일 확인됐다.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은 국회에 출석해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고 했지만, 사실과 달랐다. 이는 문재인 정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정비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문건이 발견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 달 27일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확인하던 중 이례적으로 원본에 빨간 줄과 수기로 수정된 문구를 넣은 문서가 발견됐다. 대통령 훈령에는 위기관리 기본지침의 수정은 법제처 심사요청을 통해 대통령 재가를 받은 후 다시 법제처의 번호부여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수기로 수정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은 이 같은 절차를 무시한 채 2014년 7월 21일 대통령 비서실을 비롯한 청와대 수석실 및 전 부처에 하달됐다.

◇ “국가안보실장은 안보·재난 관리”에서 “안보 국가안보실, 재난 안전행정부” 수정

수정된 내용도 의미심장하다. 원본 3조 2에는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의 위기관리 국정수행을 보좌하고 국가차원의 위기관리 관련 정보의 분석·평가 및 종합, 국가위기관리 업무의 기획 및 수행체계 구축 등 위기상황의 종합·관리 기능을 수행하며 안정적 위기관리를 위해 전략커뮤니테이션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고 규정돼 있었다. 해당 규정은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위기 관련,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수행을 보좌한다”고 대폭 수정됐다.

뿐만 아니다. 18조 징후 감시체계 운용편 ②항과 ③항의 수정도 있었다. ②항의 “위기징후 목록·분석 평가 결과·조치 사항 등 관리현황을 국가안보실에 제공한다”는 부분에서 ‘국가안보실에 제공한다’는 삭제하고 “안보는 국가안보실에, 재난분야는 안전행정부에 제공한다”고 수정했다. 특히 ③항에서는 “국가안보실장은 안보·재난 분야별로 위기징후 목록 및 상황정보를 종합·관리한다”고 규정돼 있었지만, 이 역시 “국가안보실장은 안보분야, 안전행정부장관은 재난분야”로 변경됐다. 세월호 참사 후 청와대 재난관리 책임론이 불거지자 이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불법수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날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연 임종석 비서실장은 “2014년 6월과 7월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이 국회에 출석해 청와대는 재난컨트롤 타워가 아니고 안전행정부라고 말한 것에 사후에 조직적으로 맞춘 것으로 보인다”며 “국정농단의 표본사례라고 보고 관련 사실을 수사기관에 수사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세월호 참사 최초보고 시점도 뒤늦게 수정

박근혜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 최초보고 시점이 추후 수정된 문서 파일

이와 함께 세워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시점이 담긴 위기관리센터 문서가 수정된 흔적도 발견됐다.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작성된 문서의 보고 시점과 2014년 10월 23일 수정된 문서의 대통령 보고 시점이 다른 것. 특히 최초 보고 시점이 오전 9시 30분이었으나 추후 오전 10시로 수정된 점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임종석 비서실장은 “최초보고 시점과 대통령의 첫 지시시점의 시차를 줄이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관련 첫 지시는 오전 10시 15분에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날 공개된 ‘1보’의 문서는 2014년 5월 15일 작성된 문서로, 2014년 4월 16일 당일 작성된 원본문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반면 2~4보는 참사 당일 작성된 파일이 발견된 상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